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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부하직원과 일하기

by 로우키 Jul 18. 2022



영어를 사용하는 직업의 특성상 나는 외국 동료들과 일할 기회가 많다. 직군과 회사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험상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 중의 하나는

'좋은 동료'= '맡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은 누군가에게는 자아실현의 장이고 어떤 이에게는 사회적 타이틀과 소속감을 주는 곳일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급여'를 받아 가는 곳이다. 모국의 언어와 문화가 아닌 곳에서 일하는 경우 이 근원적 목적이 더욱 뚜렷해지는 것 같다. 언변이 좋은 사람, 서글서글한 사람, 정이 많은 사람보다 담당 업무를 잘 해내는 사람이 좋은 동료가 되는 이유이다. 커피를 쏘거나 한턱내는 것, 생일을 챙기는 것, 회식을 같이 하는 것 등은 생각보다  외국인 동료에게 어필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내 일을 잘해 협업 시 효율적으로 상대방의 시간과 노력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것 그리고 실현 가능한 업무 시간과 기대치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문서로 전달하는 것이 좋은 동료의 초석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의사전달에 큰 왜곡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영어 구사가 가능하다면 협업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외국 회사에서 근무 하기에 사용되는 언어가 영어일 뿐 중요한 건 담당하는 일, 즉 각자가 가진 콘텐츠이고 그 외의 것은 부차적 요소일 뿐이다. 업무능력 외 몇 마디 덧붙이자면 의사결정과 협의 도출 방식이 있을 것 같다. 외국인 동료들에게 우리나라처럼 직급 서열이나 존대 문화는 없지만 '존중'과 '책임'의 개념은 명확하다. 따라서 아이디어 회의나 업무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또는 성과평과를 두고 1:1 회의를 할 때 대화와 결정에 시간이 걸린다. 특히 동등한 직급의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의사 일치 및 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각자의 Role (역할) 은 충실히 해내지만 Responsiblity (책임)는 공동의 업무인 경우 상당히 신중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신중함은 의사결정 지연을 야기할 때가 많았다.


이에 반해 물리적으로 한국에 위치한 회사는 외국기업이라 하더라도 결정권자가 보통 정해져 있기에 일의 진척이 빠른 편이다. 이 같은 차이가 존재하다 보니 한국에서 근무 시 외국인 직원들이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걸 알게 됐다.

1) 의견 수렴보단 탑 다운 식 통보가 많다.

2) 급박하게 일을 주거나 데드라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3) 처음 일을 받고 미팅을 할 때는 해당 업무에 대한 자율 재량권이 있어 보였는데 그게 아닌 경우가 많다.

4) 피드백이 예상보다 직접적이고 신랄하다.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1)-4)에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상당수가 시간이 넉넉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일이지만 어디 회사일이 그런가.


내가 선택한 방식은

1) 상부 지시로 탑 다운이 될 수밖에 없는 경우는 처음부터 대 놓고 이를 알리고 필요성을 어필한다.

2) 데드라인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무는 도와주고 급박한 요청에 대해 아래 직급이라도 반드시 양해를 구한다.

3) 기대치를 명확히 한다. 이렇게까지 알려줘야 하나 싶을 정도로 상세히 문서화하고 반드시 미팅을 통해 서로의 이해도를 확인한다. 그리고 업무의 진척도를 중간중간 반드시 확인한다.

4) 되도록 스크립트를 준비해 먼저 말해 보고 대화하러 간다. 미팅 전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듯이. 미리 리허설을 하고 가면 의식적으로 No와 have to, can't, shouldn't 등의 직접적인 부정어 대신 조동사와 수동태를 적절히 사용해 의사전달은 분명히 하되 직설적이지 않은 피드백을 줄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Why / How ----로 시작하는 추궁이나 원망 조가 아닌 내 입장에서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의사전달이 다음과 같이 가능해진다. "It would be best if you had done it better.",  "I wish you could have done it better." I understand how challenging the task must have been."


그리고 내가 그들의 의견을 얼마나 귀담아듣는 매니저인지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시스템을 바꾸거나 상부의 지시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은 어떻게든 보여주려고 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을 다루기 어려워하는 선생님의 경우 discipline 팁을 다양하게 전수하고 중간중간 가서 살피고 피드백을 주거나 직접 해당 아이들을 만났다. 수업 계획서의 진도를 버거워하고 학부모 컴플레인이 많은 선생님의 경우 일단 수업 참관을 하고 같이 해결 방안을 찾았다. 효과적인 판서 방법,  콘텐츠 전달 방법 (예시로 PPT 일부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적절한 보상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집중함은 물론 주어진 시간 내 수업이 마무리되어 진도가 밀리지 않도록 서서히 문제를 같이 해결해 갔다. 그러면서 매니저는 업무 지시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걸 꾸준히 보여주었다. 그러자 선생님 측에서 수업에 관한 피드백이 먼저 왔고 그리고 아주 작은 것도 상의를 하러 왔다.


그들에게 좋은 동료가 되는 것은 말로만 칭찬을 하거나 커피를 돌리는 것이 아닌 맡은 일을 제대로 될 수 있게 내 일 (매니저의 일)을 잘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시간도 잘 활용하고 쓸 수 있어야 했다. 늘 시소의 중심을 맞추는 조율이 필요한 협업. "내 맘 알지" 말고 "내 마음"이 보이도록 오늘도 시간 활용을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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