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어학원에서 시험 영어강의를 하던 시절 그리고 사내 영어 전문가로 글로벌 기업에서 비즈니스 영어를 지도할 때 00님, "영어(공부, 시험 ...)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해요?" 만큼이나 많이 들었던 말이 "00님은 진짜로 영어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였다. 그땐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어 "좋아하니 직업으로 하고 있지요."라고 짧게 답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영어를 더 좋아하지만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나에게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없지는 않다. 석사 유학 준비 기간 토플 스피킹 1점을 더 올리려고 기를 썼던 적도 있고 GRE 공부를 하면서 모르는 영단어가 그토록 많다는 데 충격을 받았고 미국 대학원 1학기 때에는 수업 내용을 제때 소화하지 못해 녹음강의를 내내 끼고 살아야 했던 때도 있었다. 2학기부터는 강의 녹음은 필요 없어졌지만 방대한 양의 리딩과 리포트의 압박에 눌려 단어 한자 타이핑하지 못하고 몇 시간을 울면서 멍하니 모니터만 응시하는 Writer's Block 도 앓았고, 매일 원어민 학우들과 토론하고 피드백 주고 받는 수업이 늘었던 시기엔 영어라면 한 단어도 보기 도 싫고 듣기도 싫고 말하기도 싫었던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늘 영어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영어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그 이유는 영어가 여러모로 부족했던 나에게 일적으로 삶 적으로 물리적 한계를 뛰어 넘어 인생의 지평을 확장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1. 다양한 커리어의 기회 (HR)
"영어"를 했었기에 외항사 승무원, 대치동, 대형 어학원, 국내 / 해외 대기업, 광화문에서 영어강의를 할 수 있었고 글로벌 기업 HR 업무를 거쳐 초등 어학원 부원장까지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었다. 업무의 특성상 기복이 있었지만 억대 연봉을 벌었다.
2. 물리적 직급적 한계를 뛰어넘음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에 취업시장이 얼어있었을 때 해외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전공분야가 아닌 곳에서도 신입 아닌 경력직으로 입사해 내 직급 이상의 일을 맡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 승진과 급여 상승도 빨랐다.
3. 콘텐츠에 대한 빠른 접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기에 팬데믹 시대에도 빠르게 실시간 세계 정보와 트렌드를 익힐 수 있었다. 번역이나 출판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기에.
4. 배움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에 세계적인 대형 강의 오픈 플랫폼 (Coursera) 에서 무료로 강의를 들어볼 수도 있었다.
5.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
영어권 나라가 아니라도 "영어"가 통용되는 곳은 많다. 다양한 곳을 여행하고, 학습차 근무자 방문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혼자 해외 여행도 다닐 수 있었고 해외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세컨드 홈 (친구들이 재워준다.) 도 늘었다.
물론 도전적이고 치열한 성향도 한 몫을 했겠지만 분명 "영어"는 부족한 내게 기대와 능력 이상을 가능하게 해 주는 여러 기회의 문을 자주 열어 주었다. 파파고와 구글 트랜슬레이터가 있지만 번역기가 위에 열거한 것을 해 줄 수 있을까?
아직도 내가 영어를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