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근무 시절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팀 리더도 아닌 그룹장이나 부서장급 해외지사 상사랑 일을 하게 된 경우가 여럿 있었다.
같은 부서의 상사는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타 부서의 외국인 상사와 일을 해야 할 때는 정말 진땀이 났다. 타 부서의 경우 업무보다는 의사전달이 주였지만 해당 업무에 대한 이해와 한국과 해외지사의 이해관계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는 되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상사가 물어오는 질문들을 한국 팀에 문의하면 거기까진 알 필요가 없다고 하고 외국인 상사는 계속 답을 촉구하고 양측의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엔 내가 없으니 배워서라도 그 업무를 내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부서의 상사와 일을 할 때는 업무에 대한 이해는 있었지만 국가별 문화 차이로 애를 먹었다. Netflix 만큼 자유롭지는 않지만 복지제도 운용에 있어 해외지사는 한국 대비 직원을 믿는 (?) 편이다. 해서 장학제도와 같은 베네핏 제공 시 제출 서류 및 조건이 단순하다. 반면 한국은 지원이 클수록 손실 대비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늘어나고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오죽하면 부사장급 외국인 상사가 그렇게 까다롭게 굴 거면 지원 자체를 도입하지 말라고 나한테 언성을 높인 적도 있다.
두 사례 모두 어찌 보면 상사가 아니라 외국인 동료와 일하면서 겪은 경험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타이틀을 굳이 외국인 상사와 일하기로 구분한 이유가 있다. 상사 그것도 외국인이지만 한국인 동료와 일을 할 때보다 일의 진척이 빠르고 성과가 나는 경우가 더 많다. 존댓말 유무를 떠나 외국은 직급 간 소통에 격의가 없고 정보 공유에 있어 더 투명하기 때문이다. 일단 같은 일로 묶이면 팀 내 업무 관련 거의 대부분의 정보가 오픈된다. 직장인으로서 신나고 보람되는 순간이지만 한국 팀 내 더 곤란해지기도 한다.
실무 담당자는 나지만 결정권이 내게 있지는 않다. 하지만 외국인 상사는 주로 나와 일을 하기에 관련 질문이나 결정에 대한 답을 나에게 물어보고 독촉하기도 했다. 이메일이나 회사 유선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무시간 또는 그 전후로 내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이 오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팀장님께 답변을 채근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될 때면 정말 난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딱히 해결책을 마련할 수도 글을 쓰는 지금도 답은 모르겠지만 언어와 업무 이상의 것이 외국인 상사와 일할 때 있다는 것을 나누고 싶었다. 그것이 브런치 작가의 특권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