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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Jul 22. 2022

선택 1 자유

대인관계 속에서 내가 존재하고 내가 행복하기 위한 선택! 어쩌면 이전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였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무언가 선택하고 결정하기보다는 단지 현재 관계 속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움직이려는 욕구가 컸었다. 그 문제가 너무 불편해서였을까? 아니면 관계 갈등이 너무 버거워 행복이라는 단어를 감히 떠올리지 못했던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계 속 갈등이 생기면 무언가 선택하고 행동한다. 그 선택과 행동은 문제 해결에 집중되어 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문제에 집중하고 해결하려 하고 나보다는 타인에게 집중하다 보니 갈등 해결의 중심에 내가 설 수 없었고, 그 해결을 위해 ‘내게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사고와 말, 행동을 반복했던 것 같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의 주체가 내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를 중심에 두기로 했다. 그러면서 나는 몇 가지 선택을 하게 되었다.


먼저 나는 ‘자유’를 선택했다. 상대방의 인정과 상대방에 대한 나의 기대에 대한 자유였다. 갈등 상황에 있는 관계에서 먼저 인정과 기대에 자유하려는 연습을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반복되는 연습은 내 마음의 근육을 강하고 유연하게 해 주었다. 그 연습이 쌓여 나는 갈등 상황에서 분리되어 서 있을 수 있었고, 감정의 평안함 안에 거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실패도 있다. 그러나 실패라는 두 글자가 이젠 두렵지 않다. 실패를 통해 내 내면을 더 들여다 보고 나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다음 갈등 상황에서는 더 쉽게 자유를 선택하고 관계 속에서 건강하게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갈등 상황 속에 상대방의 인정에 자유하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쉽지 않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 상대방의 인정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더 어렵다. 오래된 습관처럼 내 마음에 자리한 인정에 대한 욕구는 많은 사람들이 실체를 인식하지 못한 채로 지니고 다니는 무엇이다. 그 무엇을 대할 때 내가 상대방의 인정을 받기 위해 무언가 애쓰고 노력하고, 그랬지만 인정을 받지 못한 경험, 인정을 받았다고 해도 왜 이렇게 인정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고, 내담자들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인식한다고 해서 바로 자유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내담자들은 자신의 인정 욕구를 발견하는 순간에도 그 욕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외쳤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내게 되물었다. 불가능하다며. 오랜 습관처럼 너무 익숙해져 버린 욕구. 자신에게 그런 욕구가 있는지 조차도 모를 정도로 자신의 일부가 되어 자신 안에 존재했던 그 욕구. 그 욕구를 찾기도 인정하기도 어렵다. 그 욕구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아픔을 외면하면서 살아간다. 인정 욕구로 힘들어하는 자신을 보면서도 그 모습에 슬퍼하지만 그 욕구를 떠나지 못한다.


내담자와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순간이 참 어려웠다. 어렵게 자신의 인정 욕구에 대해 인식하고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았지만 보는 것에 멈춰 있고 그 이상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자신의 무능함을 호소하는 내담자들을 대할 때가 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랜 시간 속에 늘 자신을 이끌어 주었던 그 인정에 대한 욕구를 내려놓으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찾아올 거다. 그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두려움보다 더 큰 행복을 향한 선택을 할 용기를 내길 기다려야 한다. 그 순간을 경험하기 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기도 하고, 제자리고 돌아갔다 다시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또 다른 경우는 인정에 대한 자유를 선택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자유를 경험한 후에 자유를 다시 찾는 건 처음 경험보다는 쉬웠고 그 자유에 대한 갈망을 선물로 남겼다. 그래서 나도 내담자들도 어렵지만 인정에 대한 욕구에서 자유를 선택하고 한 걸음씩 걸어 나오는 연습을 지속하고 있다.


자유를 선택하기 힘든 건 어쩌면 인정 욕구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욕구가 좋아서는 아니다. “관계” 때문이다. 인정을 받고자 하는 그 사람과 나의 관계. 그 관계를 깨고 싶지 않고, 그 관계 속에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일 때가 많다. 인정 욕구를 인식하고 난 후에도 자유를 선택하지 못하고 매여있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상대방과의 관계의 문제다.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이 싫고, 어색하고, 내가 지금 조금 불편하지만 그냥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익숙하고 변화가 두렵기도 하고 더 악화될 수도 있는  관계의 스트레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런 여러 이유는 우리가 인정 욕구에서 자유한다고 해서 꼭 그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또한 인정 욕구에 매여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서 그런 갈등 상황이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런 염려는 도전해 보지 않고 내린 우리의 이른 결론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 두려움 때문에 어쩌면 오랜 기간 기다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자유를 향해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을 때 경험한 건 놀랍게도 이전과 다르지 않은 상대방과 나의 관계였다. 그 관계의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자유로 가득 찼고, 그 자유 안에서 나는 문제가 아닌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자유를 선택하기까지 우리는 많은 갈등을 반복한다. 하지만 결국 그 자유를 선택한 후에는 무언가 달라진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속도와 뱡향, 지속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상대방의 인정에 대한 자유를 선택함과 동시에 우린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기대에 자유해야 한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상대방에 대한 나의 기대는 세트 상품일지 모른다. 인정 욕구에 의해 무언가 시도한 나는 상대방에게 기대한다. 내가 원하는 반응의 무언가를 말이다. 아니면 꼭 내가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시도한 무엇에 대한 기대가 아니어도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 내가 추구하는 무언가를 상대방이 채워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 기대가 채워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대하는 만큼 어쩌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상대방에게 인정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기 어려운 것처럼 내가 상대방에게 무언가 기대하고 있다는 것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 특별히 내가 상대방에게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면 더 그럴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싫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복잡한 무엇이라 표현해야 맞을 거다. 관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그러지 못해 갈등을 지속하거나 증폭시키기도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솔직해지고 그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나를 작아지게 만들지도 모르지만, 그 솔직함과 그 감정에 대한 인정이 나를 행복하게, 나를 더 크게 만들지 모른다. 나 역시 관계 갈등을 경험하며 그 긴 시간을 돌아보고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많은 일과 감정에 솔직해지기 어려웠다. 상담학적으로 “직면”이라는 것!! 직면의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 직면 후에 나는 무언가 가벼워지는 느낌을 느꼈다. 무언가 무거운 것을 내려놓고 비운 듯했다. 그 비움이 시작되면서 내가 누군가를 대면하고 그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것은 가벼운 일이 되었다. 이전과 사뭇 다른 무게감이었다.


관계 속에 자유한다는 건 아마 “비움” 일거다. 무언가 나의 욕구를 채우려 하지 않는 것. 그것이 “관계 속의 자유”일 거다. 어쩌면 우린 관계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채우려고 해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랬던 같다. 상대방의 인정 욕구를 만족시키고, 상대방에 대한 나의 기대를 채우려 노력했고 그 노력을 쉼 없이 하면서 갈등했던 것 같다. 이런 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여러 감정이 나를 훑고 지나갔다. 채우지 못해 채우려 했지만 채워지지 않았던 것. 그 채우지 못한 허기를 비웠더니 뭔가로 가득 차 버렸다. 이젠 채워지지 못한 느낌을 느끼지 않는다. 뭔가 채워져서가 아니라 채우려 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나의 인식의 변화가 내 마음을 채워버렸다.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무엇으로 말이다. 내 마음을 채운 것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지 몰라 그냥 무엇이라 적는다.


관계 속에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기보다는 그 관계를 풍족하기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면 실망과 좌절감보다는 행복이 가까워질 것이다.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다. 내 기준으로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서로 관계 속에 갈등하고 실망한다. 내가 기준이 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하고 상대방에게 무언가 바라지 않는 것, 그럴 수 있다면 누군가를 향한 불편한 감정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관계 속에 서로가 자유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을 행복이라는 문턱으로 인도할 것이다.


사람은 어쩌면 관계 속에 살고 관계 안에서 문제를 만들어 가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 문제가 있어야 살아갈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문제로 우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허락된 관계 속의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우리 역시 갈등을 경험하며 우리 내면과 상대방의 내면에 상처를 만드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상처를 만드는 선택은 가깝고 친밀한 관계 속에서 어쩌면 더 자주 일어난다. 나의 경험도 그랬고 내가 만난 내담자들도 그랬다. 그래서 이젠 말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나의 문제를 맡기지 않고 내가 주체가 되어 나를 위한 자유를 선택하고, 두렵지만 내게 허락된 소중한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용기를 내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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