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넘게 단독주택에 살았던 나는 마당과 집안에서 개를 키웠다. 마당에서 키웠던 진돗개 혈통의 진순이, 풍산개 혈통의 호야, 진순이의 새끼인 네눈박이 검정개 하나와 두나, 겁이 많은 몸집은 제일 큰 초롱이, 집안에서 키웠던 똘이 등등. 수많은 개들이 내곁을 지나갔는데 가장 많은 추억을 쌓은 개들의 이름은 이 정도다.
그 중 제일 나이가 많은 '호야'가 17년 생을 마감하고 몇 주전에 저 세상으로 갔다. 호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살던 동네를 휩쓸고 다니던 개였다. 몸집은 보통 한국의 마당에서 키우는 개 사이즈에 사람을 잘 따르고 활발했다.
특히 에스코트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서 내가 대학교에 가거나 회사에 출근할 때 항상 아침 버스정류장까지 5~10분 거리를 나보다 5발자국 정도 앞에서 걸으며 배웅을 해줬다. 버스를 타면 괜히 풀숲을 킁킁거리며 딴청을 피다가 다시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 모습이 버스 창가로 보였다. 개장 속에 가두기 전까지 개들이 자유로웠던 시절에는 우리집의 다른 식구들이 밖에 나가도 그렇게 해줬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애틋하고 고마웠다.
그게 벌써 15년~20년 전의 일이라니...
그런데 미처 생각을 못한 게 있었다! 개가 우리를 배웅하거나 혼자 동네를 돌아다닐 때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당시 우리 동네는 집이 거의 없어서 사람을 거의 마주치지 않는 경기도 지역이었다. 군부대와 식당 한두곳만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호야가 잘 짖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사람들이 지나갈 때 호야는 혹시나 물 수도 있는 무서움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세상이 변해서 개를 목줄에 꼭 묶어서 다니게 하는데 그 당시 우리집 개들을 무서워했을 동네 사람들에게 뒤늦게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한가지 더, 바로 새벽과 저녁에 밥을 달라고 개들이 짖을 때 이웃집에 민폐가 되었을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우리집 마당이 넓은 편이고 뒤는 산이고 옆은 차도라서 이웃집에서 가깝게 들리진 않았다. 그리고 몇 안되는 옆집들도 거의 다 개를 키워서 서로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 개 때문에 시끄러웠다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개 소리가 문제가 될 거라는 인식도 못했었다. 그저 좀 시끄럽고 잠 좀 설치다 말았다. 그런데 내가 개를 안키우고 살다보니 옆집 개 소리가 너무 크고 잘 들려서 힘들었다. 사실 난 사람 소리보다는 훨씬 들어줄 만 했는데, 남편은 개 소리에 잠이 깬다고 힘들어했다. 남편은 오히려 사람소리는 많이 시끄러워도 코도 골고 잘만 자는데 개소리는 막상 시끄러워서 곧잘 깨는 것이었다.
얼마전 기사를 보니 개 짖는 소리는 우리나라에서 정하는 소음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도 감수하고 살고 있다.
물론 사랑스러운 개들과의 추억이 있는 나는 개를 키우는 집도 이해가 가고, 또 남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정반대의 경우도 이해가 간다.
다만 마당이 넓거나 이웃이 드문 곳이 아니라 이웃집과 지나치게 가까운 곳에서 개를 키울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공동주택 같은 경우도 바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개가 짖는 소리가 잘 나면 너무 힘들 것 같다. 아파트나 빌라에서 개 소리로 힘든 일은 겪어보진 못했지만, 요새 단독주택인 우리집 바로 옆집 마당에 개장이 있어서 집안으로 개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져서 그런지 이런 상황이 잘 그려진다.
바로 옆에서 왈왈~ 크게 짖는 개, 혹은 그밖에 지속적으로 시끄러운 애완동물 소리는 어떤 조치가 있긴 해야 한다. 밤에 자려는데 뭔가 동물이나 사람의 인기척이 난다고 짖고, 배고프다고 짖고, 사람을 보고 반갑다고 짓는 개. 주인에게는 정말 가족같이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이지만 그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정부 차원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마태복음 10장 42절♡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