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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랑맘 Oct 12. 2024

결국엔 우상향

지금은 가을입니다.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일에는 사이클이 존재한다.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대부분 비슷한 그림의 그래프가 그려진다. 성장기에서는 매일매일 발전하는 내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 시기에는 열심히만 하면 결과가 따라온다. 70~80년대 우리나라 경제가 그랬었고, 코로나 직후의 주식시장이 그런 모양새였다. 그러다 하락기를 한 차례 겪고 나면 조심스러워진다. 추진력과 모험심을 잠시 치밀함과 두려움 속에 가둬 두고, 눈치를 살핀다.     


성장과 하락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래프의 파동이 잦아들면서 일정 수준에 머물게 된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재미없는 박스권, 경제시장으로 치면 성숙기에 도달하는 것이다. 모든 요소에는 큰 변화가 없고, 새롭게 시도해 볼 만한 아이디어도 고갈된 상태다. 그렇다고 거기서 이탈할 만큼 가치를 완전히 잃지는 않는다. 이때 가장 나태해지기 쉽다.

      

사계절로 치면 가을이 그런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10월 중순인 지금이 딱 가을 한복판이다.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건지 눈치를 채셨을 듯하다. 가을이 왔는데도 늦더위가 우리를 지치게 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 덕에 비염이 도져서 허구한 날 재채기와 가려움에 시달리는 중이다. 추석 명절에 이은 10월의 징검다리 연휴까지 지나고 나니 어쩔 수 없이 춤과 조금 멀어지게 되었다. 이번 주 새로운 노래를 시작하면서 다시 고삐를 쥐어보려 했으나 곧 있을 아이 운동회로 두 번 더 수업을 빠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예전 같으면 어떻게 해서든 수업 영상을 보고 혼자 연습했을 거다. 그런데 요즘은 집에 붙어 있는 날이 잘 없다. 일단 나가서 가을 햇볕과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싶어 안달이 났다.  걷기에 조금 애매한 거리의 맥주집을 천천히 걸어가는 재미에 없던 술 약속을 잡는다. 카페테라스 자리에 앉아 핸드폰만 주야장천 들여다봐도 행복하다. 솔직히 말하면 춤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살랑하고, 청명한 날씨에 뺏겨 버린 듯하다. 노진스 멤버들과 연습실 대신 등산 약속을 잡았을 정도니 날씨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한다.

     

가을에 잠깐 겪는 잠깐의 방황인지 춤 사이클에서 큰 변화가 없는 성숙기에 도달 한 건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확실한 건 춤이 싫어지거나 질린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제 막 시작한 태민의 ‘sexy in the air’ 안무가 무지 재밌기는 하다. 그동안 해왔던 귀엽고 섹시한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발로 차고, 뛰는 동작들이 많아서 땀도 많이 나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열심히 연습만 하면 꽤 잘 출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 뿐이다. 알레르기 약 기운에 몽롱한 정신도 한몫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핑곗거리는 수두룩 하지만, 날씨가 춤을 이긴 건 확실하다. 그래도 그만두거나 연습을 하지 않을 생각은 없다. 두 아이의 운동회 때문에 태민 노래는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이런 날씨에 야외촬영 한 번 해보자며 노진스 멤버들과 굳게 약속해 둔 상태다. 춤추는 운동치를 꾸준히 연재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남자 아이돌 노래를 힙하고 파워풀하게 춰보고 싶은 로망도 있다. 잠깐 느슨해졌을 뿐이다. 오랫동안 뭔가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국룰 아닌가. 느슨해진 틈을 타 날씨를 더 즐기고, 아이 운동회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올 생각이다.    

 

춤뿐만 아니라 일이든 사업이든 투자든 여타 다른 취미든 늘 성장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온전히 내 탓일 수도 있지만, 주변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 운동회를 탓하거나 선물 같은 날씨를 모른 척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이 시기를 잘 받아들이고 즐기고 싶다.  누구나 겪는 사이클 어느 한 부분을 지나고 있는 것뿐이니.     


나의 춤 그래프는 쭈욱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가을을 만나 잠시 일직선을 그리고 있다. 완만한 하락일 수도 있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우상향인 부동산 그래프와 비슷하달까. (서울과 경기권에 한정해야 하겠지만) 부동산을 팔고 주식을 사지 않는 이상 끝내는 우상향일 것이다. 1년 후의 나는 여전히 춤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끈적하고, 파워풀하게 말이다.



사진: Unsplash의 Isaac Smith

사진: Unsplash의 Autumn Mott Rodehe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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