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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랑맘 Feb 03. 2024

너한테 관심 없다니까?

파리의 심리학 카페

유난히 요즘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은 딸이다. 무슨 일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을 때 아이는 엄마의 말을 듣기 보단 엄마의 말이 남에게 들릴까 걱정했다.


'엄마 다른 사람들이 듣잖아.' 라며 나에게 주의를 주는 딸. 


최근에는 아이와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낯선 선생님을 처음 대면한 딸은 말을 아낀 채 수줍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곧 초등학교 4학년을 앞둔 딸이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은 어쩌면 건강하게 사회성이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이겠거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인가 싶기는 하다. '에릭슨'의 심리사회 발달 단계 이론상 지금 한창 자신의 세계, 이웃, 학교 안에서 에서 본인의 자아를 정립해 나가고 있는 단계이니 말이다. 남과 비교하고, 내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을 시작하는 나이 이기도 하다. 이론적으로는 알면서도 남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입 한번 열지 않는 아이를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너한테 별로 관심 없다니까." 


라는 말을 아이에게 쏘아붙이고야마는 엄마.


"보여주기 식으로 사는 것은 그만두고, 타인의 삶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살아봅시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

'파리의 심리학 카페'를 읽으며 만난 문구다. 그래, 이거지! 사실  나에게 해당되는 말 아닌가. 바디프로필을 찍고, 책을 출간하고, 자격증을 공부하며 열심히 40대를 준비하는 중인 나에게 말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 시작한 일들이지 않을까.


시작은 분명 그랬을지 모르지만,  '나답게 살자'는 메시지를 담은 책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봐주는지 보다는 '나 다움'을 더 고민하는 단계로 접어들기는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을 유독 신경 쓰는 아이의 행동이 더 거슬렸나 보다.


책에서는 실험참가자들의 우스꽝스러운 옷을 과연 몇 명이나 기억할지에 대한 심리학 실험이 등장한다. 참가자들의 예상은 50%. 결과는? 10%다. 올타쿠나!


이 실험결과를 아이와 당장 공유하고 싶었다.


"너의 머리스타일, 너의 옷, 단정하게 차려입는 것은 예의지만, 너무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거 같아"

"너 자체로도 충분히 빛나고 있어." 

"우리 조금만 자유로워지는 게 어떨까."


엄마가 책을 읽으니 좋은 점은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책을 빌려 객관적으로 아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뭘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보니?"

"사람들은 너한테 관심 없다니까?"


라는 말을 들어왔을 아이의 기분이 어땠을지. 자기도 모르게 커가면서 보게 된 남의 시선일 뿐인데, 엄마의 말 한마디에 마구마구 덧붙여도 모자랄 자존감을 한 뭉터기를 떼어내지 않았을까. 아이의 자존감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을 조금씩 매만져 주는 일. 그게 바로 책 읽는 엄마로서 내가 현명하게 아이와 지내는 방법이 아닐까. 오늘도 책 한 줄에 육아 팁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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