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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우 Mar 14. 2024

소개팅 소셜링을 개최하고 32만원을 받았습니다.

퇴사 준비 마지막 예행 연습


무계획 퇴사를 앞두고(이전글 참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모임 어플 '문토'에서 소셜링을 개최했습니다. 주제는 '로테이션 소개팅'입니다.  


로테이션 소개팅이란 같은 공간에서 여러명이 돌아가며(로테이션) 대화를 나누는 소개팅입니다.


예를들어 8:8 로테이션 소개팅이라면 나는 짧은 시간안에 8명의 이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지요.

적게는 6:6부터 많게는 10:10, 12:12 까지 진행을 하는데, 숏폼, 쇼츠가 유행하는 현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소개팅 방식입니다. 처음 듣는 사람들은 그런게 있냐며 생소해하지만 사실 기존 1:1 소개팅에 써야하는 시간과 자원을 생각해봤을 때 나름 괜찮은 방식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8:8로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로테이션 소개팅 소셜링을 개최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퇴사 전 '소셜링' 모임을 빠르게 개최해보고 싶었습니다.

2. 시간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많은 콘텐츠가 필요 없고 호스트의 개입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주제를 택했습니다.

3.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어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모집 조기 마감, 무사히 운영을 마치고 좋은 피드백을 받았으며, 다수의 매칭에도 성공했으니 첫 시도치고는 나름 성공적이었던 경험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사업적으로 보았을 때는 실패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처음이라 힘을 너무 주었고,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했을 때는 사실상 적자나 다름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노하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개선될 부분이긴 합니다






이 글에서는 로테이션 소개팅을 개최한 과정을 말씀드리고, 간단한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아직 1회 밖에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부수입으로 월 100만원 벌 수 있다!' 이런 내용은 당연히 아니고요.

그냥 평소 관심있으셨던 분들이 '이런 식으로 준비하는구나' 정도만 알아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컨셉  정하기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가장 먼저 나만의 컨셉이 있어야합니다. 나만의 컨셉을 정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어떤 모임이 인기가 있고 인기가 없는지를 알아야겠죠. 문토에 들어가서 보면 아시겠지만 로테이션 소개팅 모임이 정말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새우는 곳들도 있고, 후기를 내새우는 곳, '주제'를 정해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곳, 1:1이 아닌 2:2로 진행하는 곳 등등... 정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문토에 있는 거의 모든 로테이션 소개팅의 상세 페이지를 분석하고 공통점과 차별점을 나눴습니다.


직접 경험을 해보는게 가장 좋은 방법일텐데, 저는 연애를 하고 있기 때문에 타 모임에 직접 참여해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친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위주로 후기를 들었습니다. 그 후 나름대로 컨셉을 하나 정하고 모임을 개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어떤 컨셉인지 말하면 특정이 될 수 있어서 여기에 적진 않겠습니다. 홍보로 보일 수도 있으니...)



2. 장소 정하기


모임을 진행할 장소를 정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입니다. 무작정 좋은 장소를 구하는게 아닌, 좋은 가격에 적당한 장소를 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테이블이 최소 8개는 있어야하고,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있어야겠죠. 그리고 접근성이 좋아야하며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야합니다. 소셜링 사업에서 가장 지출이 큰 항목이 공간 대여료입니다.


가장 먼저 소개팅을 개최할 위치 후보군을 정했습니다. 호스트로서 내 집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면서 접근성이 좋은 위치를 몇군데 정했고, 해당 위치에 있는 공간 대여 장소를 알아봤습니다. (스페이스 클라우드 활용) 스페이스 클라우드에 적당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 네이버 지도로 적당한 후보군들을 찾아 무작정 전화를 드리고 방문했습니다. 저는 주말에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만약 해당 일에 쉬는 카페(혹은 바)라면 사장님은 두 팔 벌리고 환영하실겁니다. (오피스 상권에 주말에 쉬는 카페가 많겠죠?)


이렇게 적당한 장소를 발견했고 사장님의 적극적인 협조하에 장소를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소셜링 사업을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3. 상세 페이지 작성


자, 이제 장소를 정했으니 본격적으로 홍보를 해야겠죠. 문토 게시글을 업로드 할 차례입니다. 문토에 올라오는 소셜링들은 상세 페이지가 매우 자세히 작성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호스트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오직 글과 몇 장의 사진으로 참여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로테이션 소개팅을 분석하며 대부분의 상세페이지가 비슷한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1. 소셜링 컨셉 소개

2. 소셜링 개요 (장소/시간 등)

3. 소셜링 강점 소개

4. 호스트 소개

5. 후킹용 이벤트

6. Q&A 등


리뷰와 진행 사진 등을 첨부하면 좋았겠지만 저는 레퍼런스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못했고 대신 타 모임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수익이 적더라도 레퍼런스를 쌓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타모임에서 없는 우리 소개팅만의 장점 몇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추후 후기를 들었을 때 퀄리티에 비해 너무 저렴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4. 모객


상세 페이지를 올리고 이제 고객이 오는 것을 기다려야합니다. 저도 3번까지는 머리 속에 대충 어떻게하면 되겠다는 모습이 그려졌었지만 여기부터는 말그대로 미지의 영역이었습니다. '정말 이걸 보고 사람들이 신청할까?' 했는데 고맙게도 정말 신청을 해주시더라고요. 다만 모임 날이 다가올 수록 남성들은 신청을 많이 하는데, 여성분들의 신청은 매우 적었습니다. 모임 3~4일 전까지도 여성 최소 인원(6명)이 차지 않아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한 순간에 여러 명이 신청해주셔서 인원 마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끼리 신청하는 경우)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로테이션 소개팅들은 여성들에게 개인 쪽지로 무료 참여 혜택을 홍보한다고도 하더라고요. 진행이 취소되는것보단 어떻게라도 진행하는게 이득이니까요. 소개팅 사업에서 여성 모집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치열한 줄은 몰랐습니다.



5. 운영 준비 및 운영


모객을 하며 동시에 운영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로테이션 소개팅 진행이 쉽다고 해도 타 모임에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처음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소개팅에 진행할 프로필카드, 번호표, 최종 선택 방식 등을 기획하여 만들었고 진행에 필요한 물품 (볼펜, 음료, 다과, 종, 블랙보드 등) 등을 준비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공간 대여 한 곳의 사장님께서 얼음과 컵을 지원해주셔서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준비 할 때 주의할 점은 예산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물품은 최대한 당근마켓으로 구입했고 음료와 다과도 최소한의 구색 맞추기 용으로 구입했습니다. 이 모임에 오시는 분들은 어떤 음료가 나오는지, 과자가 맛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막 준비하면 안되겠죠.


운영은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HRD 담당자로 직장 생활을 하며 교육생을 맞이하고 과정을 소개하고 진행하는 일은 수없이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직장에서 교육을 듣는 것과 직접 돈을 내고 참여하는 것은 차이가 있으니 혹시나 하는 변수에 대비해 친구 한 명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진행해보니 음료를 만들며 참여자 분들을 안내하고 하는 일이 상당히 정신 없더라고요. 혼자 했으면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6. 종료 후 매칭 및 리뷰


소개팅이 종료되면 결과를 당사자들에게 안내해줘야합니다. 몇몇 분들이 매칭에 성공하였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의 인연의 시작을 만들어준 셈이니까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16명이 각각 3명씩 선택한 결과를 매칭하고 16명에게 알려주는게 생각보다 고역이였습니다.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면... 끔찍합니다.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접 알려주는게 아닌 참여자들이 확인하고 저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요. 그리고 선택은 최대 2명까지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추가로, '리뷰'를 받는 방법도 아직은 고민중입니다. 어찌보면 소개팅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매칭이 되서 인증을 하면 혜택을 준다는 식으로 하긴 했는데 잘 들어오진 않았습니다. 로테이션 소개팅의 경우 문토에서 피드를 남기는 것도 참여자들이 망설이는 편입니다. (굳이 내가 로테이션 소개팅을 했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 사람은 없겠죠) 결국은 카톡이나 개인 메시지로 받아야하는데, 좋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아이디어 환영 ^^)




[최종 정산]

가장 궁금하실 최종 정산 내역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매출

1. 참가비 (참여자 16명 * 25,000원) 40만원


지출 

1. 문토 수수료(20%) - 8만원

2. 공간대여료(3시간) - 10만원

3. 고정 물품 구입비 - 4만원

4. 소모품(음료 다과) - 4만원

5. 친구 인건비 - 7만원 (반으로 나눔)


"최종 수익 : 7만원"

(+ 입금 된 32만원에 대해 추후 소득세 발생 예정 ^^ )




어떠신가요? 생각보다 적어서 놀라셨나요?

네.. 저도 놀랐습니다... 위에서 말한 '사실상 적자'가 농담이 아닙니다.


물론 첫 진행이다보니 지출을 많이 한 측면이 있습니다. 공간대여비는 1~2만원 더 절약할 수도 있었고 고정 물품 구입비는 앞으로 안들겠죠. 친구 없이 혼자 진행한다면 수익은 2배가 될 것이고 참가비를 3만원으로 올리면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 모든것들을 반영하면 최종 수익은 25만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상적인 상황이지만, 이정도면 부업으론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은 NO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소셜링은 개최하는 것에 의의를 두었고 진행을 해보니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맞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히 이성을 만나는 1차원적인 모임인 점, 여성 대상 호객 행위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점, 호스트와의 관계 형성이 불가능한 점 등)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으니 이번주를 포함하여 앞으로 몇 번의 진행은 더 하겠지만 본래 퇴사의 목적을 잃지 않고 저만의 특색을 가진 소셜링을 준비고자 합니다.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저는 드디어 퇴사를 하고 본격적인 'Gap Year'에 뛰어들었습니다.

앞으로 겪을 시행착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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