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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우 Mar 30. 2024

무계획 퇴사, 퇴사는 자아실현이 아닌 현실이다.

무계획 퇴사 후 온전한 자유가 주어진 자의 삶

https://www.youtube.com/watch?v=MiL5_y8FQxE

퇴사한 직장인 특징 - 픽고 유튜브


우연히 알고리즘에 퇴사한 직장인 특징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하고 싶은게 있다, 나는 남들처럼 살기 싫다"라는 말을 외치고 직장에서 무작정 퇴사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퇴사 후엔 (남들처럼) 유튜브를 한다며 '내가 퇴사한 이유'라는 주제로 웅장한 영상을 올린다.

이후 미라클 모닝도 시도하며 나름 '갓생'을 살면서 영상을 계속 업로드 하지만 기대와 달리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나오지 않고 이내 점점 무기력한 삶을 살게된다는 내용이다. 




남들과 차별화 된 역량이나 경험이 없음에도 성공 포르노의 영향으로 기대만 높아져 기존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요즘 세대를 비판하는 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퇴사하자마자 이런 영상이 뜨다니, 마치 나를 저격한 것 같기도 해서 뜨끔하기도 했고, 다시 한 번 나의 상황을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재밌는 것은 댓글이다. 주로 영상 내용에 공감하면서, 대책없이 퇴사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라는 댓글이 많은 추천수를 받고 있다. 내가 재밌다고 하는 이유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MZ세대의 퇴사가 사회적 문제로 거두될만큼, 퇴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바보 취급을 받는 사회 분위기였었기 때문이다. (인재육성 담당자 시절 신입사원과 이야기를 나눠봤을 때 퇴사나 이직 생각이 없는 사람은 10명 중 1~2명 정도였다.) 이와 같은 변화는 고금리 시대에 따라 노동 소득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당시 퇴사한 사람들 중 본인의 목적(아마도 경제적 자유?)을 달성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영상도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어찌되었든간에, 영상에서 나도 공감하는 부분은 퇴사 이후의 삶은 내 자아 실현의 무대가 아니라 '지루하고 막막한 현실의 연속'이 된다는 것이다. 성공 포르노 영상에서는 도파민을 자극하는 고난 극복 과정, 성취 결과를 보여주지만 매일 반복해야하는 지루한 노력의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자극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지루함은 건너뛰고 빠르게 성취를 얻기를 원한다.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퇴사를 하면 나에게 시련과 고난이 펼쳐지고 이를 극복해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특별한 시련도 없고 우연한 기회도 없다. 


"그냥 출근만 하지 않는 똑같은 현실일 뿐이다."


이게 정말 무서운 점이다. 온전히 나 자신에게 내 24시간이 주어지는 경험. 생각해보니 나는 처음이다. 재수를 할 때에는 입시라는 목표가 있었고, 군대에서는 통제된 일과가 있었으며, 취준생일때는 취업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만약 퇴근 후 5~6시간의 자유시간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이 24시간을 통제할 수 있을까?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가족과 친구에게 큰소리 친게 있으므로)이 더해지면 무서움은 배가 된다. 부담감은 현실 도피가 되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이런 기분은 자신감을 극도로 하락시키며,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하는 프리랜서에게 자신감 하락은 매우 치명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정답은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1. 나를 믿지 않는 것 - 시스템을 만드는 것

2. '지루함'을 받아들이는 것. - 도파민을 관리하는 것


먼저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지난 30년 동안의 인생이 나의 의지력이 나약함을 증명했다. 인간의 의지는 매우 나약하며 유한하다. 시스템 속에 나를 가두고 자유도를 24시간에서 12시간, 6시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기상시간 관련하여 나의 경우 매일 아침 러닝을 뛰면서 이를 친구에게 인증하고 있다. 러닝을 뛰는 이유는 체력 관리의 문제도 있지만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다시 잠을 자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친구에게 보내는 이유는 내가 큰 소리 친게 있기 때문에 친구에게 인증을 못하면 매우 쪽팔리기 때문이다.(미라클 모닝 관련 채팅방은 익명성이 강해 참여를 안해도 죄책감이 없더라) 이 쪽팔림을 이용해서 현재까지는 회사 다닐 때와 비슷한 기상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루틴은 회복탄력성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다.


두번째로 지루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극과 빠른 보상에 길들여진 나의 도파민 체계 균형을 되찾는 것이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자기계발과 관련된 SNS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어떤 목표를 계획하고 주위에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그 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중간 노력 과정은 생략한 채 성과에만 초점을 맞춘 자기계발 유튜브는 매우 치명적이다. 따라서 어떤 특정한 주제의 방법론이나 인사이트가 필요할 때에만 이를 활용하려고 노력중이다. 


현재 나는 기상 후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 정도를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조금 더 진행이 되면 글을 쓰려한다.) 퇴사를 하면 그동안 했던 지루한 일들이 아닌 새롭고 재밌는 일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 지루한 작업의 반복이다. 위 영상 속 주인공이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것처럼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마라톤을 뛰는 기분으로 일을 하고 있다. 매우매우 지루한 나날들의 반복이지만 의도적으로 도파민 자극을 멀리하니 점점 뿌듯함 역시 느끼고 있다. 물론 이런 방식에도 한계가 있음을 알기에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목표 모두를 가져가려고 노력중이다.


그동안 특별히 삶에서 달라진 부분이 없어 글을 작성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내 현재 상황을 점검해보기 위한 글을 작성해보았다. 퇴사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도 위 두가지 방법을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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