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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우 Mar 16. 2024

무계획 퇴사 후 백수 일주일 후기

일단은 휴식이 필요해

지난 주 금요일 그토록 기다리던(?) 퇴사를 했다. 첫번째 글을 쓰고 무려 한달하고도 보름만이다. 한달 반이라는 시간은 넘치던 패기를 두려움으로 뒤바꿀 수도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두려울 글을 쓴다.


이직을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이 두번째 퇴사였는데, 첫번째 퇴사땐 일주일 정도밖에 쉬지 못하고 바로 출근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게 것은 정말 오랜만, 어쩌면 처음이었다. 재수를 할 때에도 수능이라는 목표가 있었으니 말이다.


금요일에 퇴사를 하고 바로 주말을 맞아서 평소 주말을 보내듯이 보냈고, 월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비로소 퇴사를 했다는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출근 시간에 맞춰서 눈이 떠졌고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나를 기분좋게 만들었다.


퇴사를 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생각은 많이 했지만 의욕이 무색하게도 몸이 너무나 피곤했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1년, 퇴사 통보 후 퇴사날을 기다리기까지 한달 반, 이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보다. 그렇게 월요일은 기분 좋은 일탈(나에겐 일탈로 느껴졌다)을 즐기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조용한 남해의 동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남해로 여행을 떠났다. 이전 글에서 퇴사 후 여행은 후순위라고 적었으나 여행은 아니더라도 조용한 곳에서 혼자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의욕과 체력 모두 떨어진게 너무나 잘 느껴졌다. 이런곳에서 장사가 될까 싶은 게스트하우스에 방문하여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운좋게 손님도 나 혼자였다.


파도를 보며 멍을 때리던 중 마을 회관에서 방송이 울려퍼졌다. 김00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내일 장례식이 열리니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방송 스피커 너머의 목소리가 덤덤하면서도 쓸쓸해보였다. 그 할머니께서는 이 마을에 어떤 이야기들을 남기셨을까? 평온한 바다 마을에서 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모습은 너무나 고요했다. 나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애도를 표하였다. 


남해에 있는 동안에는 생각을 비우려고 많이 노력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두려움, 걱정, 불안은 잠시 잊어버리고 내가 퇴사를 한 이유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다. 최소한으로만 돌아다니며 멍을 때리고 고요함을 즐겼다. 남해의 파도가 가끔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했다. 가끔은 느린 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사실 그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란 사람의 모습을 잃어버린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클 때, 내 감정에 솔직하지 않을 때,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기 싫을 때 특히 그런 느낌을 받는다. 예전에 나였으면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이 나밖에 없다는 점을 운이 좋다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당장 퇴사를 했다고 이런 모습들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늘은 우연히 좋아하는 유튜버인 무빙워터님의 영상(맞벌이 부부가 휴직하고 제주도 한달 살기 가면 생기는 일, 영상일기)을 보았는데, "행복"이 무엇인지 시각적으로 나타낸다면 바로 이 영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가족끼리 제주도에서 지낸 기록을 모은 영상이지만 나에겐 다른 어떤 동기부여, 자기계발 영상보다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사랑이고, 나도 이런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게 아닐까?


앞으로 나아갈 길은 온전히 내가 만들어나가는 길이다. 막상 길에 들어서니 앞서 나간 사람들의 뒷모습이 더욱 크고 멀게만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내가 좋다. 



퇴사 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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