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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우 Feb 22. 2024

무계획 퇴사를 앞둔 내가 요즘 하는 일

0과 1의 차이

첫 글에서 퇴사 선언(?!)을 한 뒤 약 한 달이 지났다. 아직도 퇴사가 3주나(1주 연장됨...) 남은 현재, 하고 있는 혹은 근황을 정리해보려한다. 호기로운 선언에 비해 이룬건 아무 것도 없지만 그 아무것도 없는 것조차 모두 기록하려한다. 나중에 나처럼 무계획 퇴사를 결심한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테니까!






1. 제주도 여행


퇴사 후 잠시 시간을 갖는다고 말하면 주위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부럽다'는 것이고 두번째가 여행에 대한 질문이다. 멀리 유럽 같은 곳을 가거나 살기라도 하냐는 것이다. 나도 퇴사 후 장기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별 생각은 없다.


내가 퇴사하는 이유가 회사가 너무 힘들고 삶이 바빠서였다면 고민 없이 멀리 떠났겠지만, 내 일과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더 크기 때문에 여행보다는 '도전과 실패'가 더 우선인 것 같다. 그럼에도 남은 연차 소진 +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 차원에서 제주도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는 나에게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공간이다. 여러 번 여행을 하기도 했지만, 대학생 시절 지금처럼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많은 추억을 쌓기도 했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당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던 장소를 지나게 되었다. 코로나 여파인지 게스트하우스는 폐업하고 식당이 들어섰지만, 나머지 풍경은 내 추억 속 모습 그대로였다. 그 당시 취업 준비를 해야함에도 방향성을 전혀 못잡던 나는 5년 후의 내 모습이 어떨지 매우 궁금했었다.


5년 후에도 같은 고민을 하며 글을 쓰지만, 그럼에도 나답게 살아왔다고 그 대학생에게 말해주고 싶다.






2. 문토 소셜링 오픈 준비


소셜링은 평소 나의 관심 분야이면서도 내 직무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친구와 함께 소규모 모임을 오픈했다!(현재 절찬 모집중) 


회사를 다니며 틈틈히 준비하다보니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공간 대여였다.  위치와 가격 그리고 모임 컨셉에 맞는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보고 다짜고짜 매장에 찾아가서 사장님께 요청하기도 했다.


두번째로는 사람 모집이다. 나름대로 기존 모임의 장단점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첫 모임임을 감안해 가격도 정말 싸게 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을 모집하는게 힘들다. (~ing) 그럼에도 첫 신청을 받았을 때는 신기하기도 했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돈을 지불해주다니! 이 부분은 나름 노하우가 쌓여야 할 것 같은데,  '수익화'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걱정이다.

   

문토의 경우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리고 공간 대여료를 제외하고, 모임에 필요한 식음료나 기타 자재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순수익이다. 물론 모임이 Full로 찼을 때 기준이며 한 자리라도 빠질 경우 그 금액만큼 그대로 순수익에서 빠진다. 준비에 들인 시간(매장 찾기, 콘텐츠 기획, 고객 모집 등)까지 포함하여 나누면 현재로서는 최저시급에도 한참 못미친다.


소셜링을 오픈하기 전에는 잘 된 모임에 가서 사람들 머리수를 세며 "이게 다 얼마야?"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물론 한 두번 성공적인 모임을 개최한다면 후기가 쌓여서 모집이 쉬워지고 준비에 들이는 시간도 줄기 때문에 수월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한계 또한 분명하기 때문에 

레퍼런스를 잘 쌓고 범위를 확장해나갈 방법을 고민 중이다.


+ 감사하게도, 내 글을 읽고 소셜링 관련 제안을 보내주신 분이 계셔서 함께 미팅을 하기로 했다. 브런치 글쓰기로 인해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니, 대단하다!





 

3. 블로그 협찬 활동


나에겐 일 방문자 100명이 조금 안되는 작은 블로그가 있다. 취미인 '풋살'과 그 외 일상과 관련해서 이것저것 글을 쓰다보니 나름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블로그 광고인 애드포스트로 1만원, 쿠팡파트너스로 1만원 매월 2만원의 '자동화수익'을 내는 나만의 소중한 캐쉬카우이다. 사실 글을 이것저것 더 쓴다면 월 10만원대까지는 수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 않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글을 쓰는건 어렵다.


나름 '풋살' 블로그라 그런지 가끔 협찬 제의가 오기도 한다. 나이키나 언더아머가 아닌 주로 영세업자 분들이긴 하지만 말이다.(지금 생각해보니 내 입장에선 대선배님들이시다.)


퇴사를 앞두고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까? 고민하다가 풋살(스포츠) 의류 용품 파워 블로거가 되는 꿈을 꾸었다.

Why Not? 나름 유명 스포츠 의류 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메시지를 뿌렸다.


저 풋살 블로거인데 옷 좀 보내주면 리뷰 써주겠습니다

전부 무시당했고 마지막 한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풋살하는 사람들은 다들 알만한 브랜드이다. 블로그 홍보 안해봤는데, 제의를 주셔서 생각해보니 괜찮은 것 같다고. 해당 업체는 감사하게도 나에게 약 30만원 가량의 의류를 보내주었다. 그래서 2월 동안 꾸준히 제품을 입어보고 리뷰를 작성했다. (당연히 협찬이라고 표시!)


사실 풋살 파워블로거가 될 생각은 없다. 풋살이라는 주제가 블로그에서는 약하기도하고 제품 협찬을 넘어서 나에게 지속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경험은 나에게 행동하는 것과 가만히 있는 것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4. 네트워킹


마지막으로 한 달간 온라인 네트워킹 모임에서 활동중이다. 사실, 네트워킹까진 아니고 서로 하루를 잘 보내기를 독려해주는 모임이랄까. 해당 모임에는 프리랜서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그 분들의 하루나 생각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 할 수 있었다. 다들 공감하겠지만 회사 생활을 계속 하다보면 세상에는 직장인의 삶만 있다고 착각하기 쉬워지는데 회사 밖에도 다양한 삶이 존재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모임이다.






한 달 동안 나름 퇴사 준비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진작 이렇게 할 걸!"이다.


내가 적은 행위들은 모두 직장을 다니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첫 글에 썼듯이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퇴근 후 삶'을 살았지만, 퇴사가 구체화 된 후의 조급함과 두려움이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고 행동은 작은 기회와 변화들을 만들어냈다.


이 행동을 1년만 더 빨리했더라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결국 사람은 엉덩이에 불이 떨어져야 행동하는 법. 지금 1년 전으로 돌아간다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변화가 만들어 낼 1년 뒤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이번 글을 마친다.



현재 시점, 퇴사 D-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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