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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우 Feb 01. 2024

그래서 퇴사하고 뭐할거야?

'What'은 없지만 'Why'는 있다.


그래서 퇴사하고 뭐할거야?




퇴사 소식을 발표(?)하고 다니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똑같은 질문이지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질문(가족, 친구)이기도하고, 나를 붙잡기 위해 하는 질문(직장)이기도 했다. 의도가 어찌됐던 나 역시 똑같이 대답한다. 



"아직 모르겠어요"



주변에서 이직을 제외하고 퇴사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스토리를 들어보면,

1) 일을 하다가 우연히 본인의 적성을 찾아 해당 분야에 뛰어들거나 (강사, 유튜버, 작가 등)

2) N잡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퇴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나처럼 퇴사 이후 계획이 뚜렷하지 않은 채로 퇴사하는 사람은 단순히 수가 적은 것을 넘어서 

거의 이단아 취급까지 받는 분위기이다. 



"배가 불렀네, 사회 나와서 후회하면 늦어"

"뭔가 하고 싶으면 그냥 회사 다니면서 같이 하면 안돼?"



첫번째 말에 대해서 사실 반박 할 말은 없다. 

현재 내 앞 날이 그려지지 않는 상황에서 저들의 말이 맞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다만, 두번째 말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변명(?)을 하고 싶다.

4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서 무언가를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 관심 분야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며 광고 수익도 내보고 나름 협찬까지 받을 정도로 키웠고 

   (한달에 치킨 한마리 정도의 귀여운 수익이다.)

2) 직장 '때려치고 카페나 할까?'가 실현 가능한 말인지 궁금하여 주말 카페 알바를 수개월간 하기도 했다.

   (물론 결론은 '직장이 최고다'였다.)

3)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자 전자책도 사고 매물도 보러다녔지만 합법으로 운영할 자신이 없어 포기했고

4) 연봉 약 2000만원을 점프하며 이직을 하기도 했다.

5) 인생의 답을 찾는다며 수많은 강의, 책을 보고 관련 모임에도 참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시도들은 나름대로 답을 찾기 위한 '발버둥'에 가까웠던 것 같다.

무엇을 하던 나의 본업은 변하지 않았고 나는 본업도 잘하고 싶었기에 출근 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직무 특성상 출장도 매우 잦았고, 소진된 에너지로 시도하는 일은 퀄리티와 지속력이 떨어졌다.

가슴 한 켠에서는 '나의 일'에 온전히 에너지를 집중하고 싶다는 욕구만 계속해서 커져갔다. 

마지막으로, 나는 환경이 갖춰져야 일을 하는 '게으른' 사람이다.

의도적으로 주변 환경을 바꿔서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데에 능숙하다.

 


주변에서는 회사를 잘만 다니던 애가 갑자기 특별한 계획 없이 퇴사를 한다고하니 놀랐을수도 있지만,

그 전까지 혼자만의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의 결과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삶의 의미에 대한 나의 고민은 직장인 시절을 넘어 대학생 시절, 아니 어쩌면 죽음에 대해 깨달은 7살 시절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분명한 계획 없이 퇴사하며 Gap Year를 선언한 지금이 내 인생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라는 가치관을 갖고 HRD 직무를 선택하여 4년 넘게 일을 했다.

내 역할 속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보람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내 가치관이 너무나 광범위하다는 것과 회사라는 틀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깨닫기도 했다. 



이를 깨달은 이후 내 가치관을 좁혀나갔다.

지금까지 나는 어떤 일을 했을 때 보람을 느꼈고, 어떤 상황에서 힘들었을까?



1) 내가 진행한 교육으로 실무 혹은 회사생활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뻤다. 

2) 똑같은 교육을 진행해도, 모든게 신기한 신입사원에게 하는 것과 억지로 끌려온 사람에게 하는 것은 달랐다.

3) 칭찬을 받아도 나의 능력이나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칭찬이 좋았다.



1) 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

2) 나는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3) 나는 사람들에게 '나만이 줄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싶다.  



이렇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결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가진 가치관과 일의 의미에 대한 오랜 고민, 그리고 내 HRD 경험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그 모습에 대해 어느정도 구체화가 되었을 때 퇴사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망설임없이 퇴사를 선언했다.  

앞으로도 퇴사하고 당장 뭐하고 살거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겠지만

퇴사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사람들 각자의 '의미 있는 일'을 찾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 모습(Be)에 다가가기 위해 내가 해야하는 것들이 나의 계획이 될 것이다.


퇴사 D-28










제 브런치 첫 글에 생각보다 더 많은 격려와 관심을 보내주셔서 놀랐습니다. 

한 편으로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어 제 목표에 대해 확신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주제 특성상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1,2편을 너무 거창하게(?) 쓴 같아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솔직하고 진솔하게 이어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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