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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우 Feb 10. 2024

성공 포르노는 내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

나 빼고 다 월 1,000만원 버는 것 같아 

요즘은 조금 잠잠해진 것 같지만, 코로나 이후 2020년대 초반 퇴사 열풍이 크게 불었었다.

나는 HR 담당자였기 때문에 속칭 'MZ'세대의 퇴사율이 큰 이슈였고, 어떻게 하면 퇴사율을 낮출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 나도 지금은 퇴사를 앞두고 있지만...


개개인마다 퇴사를 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속칭 '성공 포르노'가 사회초년생의 퇴사율을 높이는데 어느정도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한 듯 하다.

'성공 포르노', 혹은 '성공 팔이'라고 불려지는 이 현상은 직장을 다니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경제적 자유 혹은 이에 준하는 수익을 얻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를 이룰 수 있었던 방법을 강의나 책으로 공유하며 사회초년생들에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는 행위들을 일컫는다.


물론 유튜브가 생긴 이래 이전에는 쉽게 알 수 없었던 고급 정보들을 쉽게 접하게 된 것은 사실이며, 실제로 자신의 귀중한 노하우를 합리적인 수준의 대가를 받으며 공유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아무리 사소한 정보라도 도움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 역시 이런 정보들을 통해 퇴사 용기를 더욱 얻게 되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고, 받고 있다.  


다만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허위/과장된 성과를 이용해 사회초년생들을 기만하고 선동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이러한 기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근로 소득'의 가치를 낮아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지옥철을 뚫고 상사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하기 싫은 일을 하며 겨우 '월급'을 받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저 사람은 디지털 노마트로 살며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월 천만원을 넘게 번다니? 게다가 이 사람도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어느날 퇴사 후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런 모습이 되었다니?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사업자와 근로자의 월 천만원의 가치는 다르다. 직장인의 월급은 '꾸준히', '안정적으로' 들어오며 '연차', '복리후생', '퇴직금','세금'등이 포함되어 있고 미래에 승진과 연봉인상 등으로 오를 '기대수익'도 있기 때문에 같은 월급이라면 직장인이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


나 역시 사람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퇴사' 자체는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것이 단순 회피가 아닌 본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라면 말이다. HRD 업무를 할 때도 신입사원들이 퇴사를 하게 되면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도움을 주었다. 다만, 모두가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모두가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을 벗어나서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의 무게는 생각보다 더 크다. 세상에 공짜로 얻는 것은 없다.


실제로 내 주변에 직장을 다니지 않고 프리랜서나 사업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유튜브 세상 속처럼 여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다. 고객을 만나는 것은 직장 상사를 대하는 것보다 더 혹독하다. 교육을 진행할 때 외부강사님들은 몇시간 동안의 강의를 통해 모든 것을 평가 받고, 평가가 만약 부정적이라면 그 강사님과의 거래는 끝이다. 직장 상사처럼 아쉬운 점을 피드백해주지 않는다. 사업을 시작한 내 친구는 설날에 고향도 못 갈 정도로 일이 바쁘다.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글은 다소 비판적인데, 이 글이 나를 위해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퇴사를 앞두고 나 또한 '성공 포르노'에 영향을 받아 퇴사를 쉽게 생각하진 않았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또한, 지금 나의 심리가 불안하기 때문에 이를 없애기 위해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강의나 책을 보며 '정답'을 찾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도움이 되는 정보들도 많았지만 90%이상의 내용은 결국 '본인'의 콘텐츠를 판매하고 '본인'의 사업을 확장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내가 해야 할 것은 내게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빠르게 습득하고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추천 도서 : 빠르게 실패하기 (존 크럼볼츠,라이언 바비노)


다행히 요새는 성공 포르노에 대한 사람들의 피로감이 커졌는지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동기부여뒤집기'라는 유튜브 채널을 추천한다.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것!) 사실 내가 나를 잘 알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다면 주변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최종적으로 남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성과를 내고 떳떳한 모습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S. 요즘 첫 프로젝트로 소셜링을 개최하기 위해 퇴근 후 장소를 알아보고 있는데 확실히 쉽지 않다. 남이 개최한 모임에 참여 할 때는 쉬워만 보였는데 직접 움직이며 구체적인 모습을 기획하려니 어렵다. 다시 한 번 쉬운 길은 없다는 것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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