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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Jan 20. 2024

브런치의 힘

< 브런치스토리의 글이 만들어 낸 작은 기적들>

브런치 활동에 좀 더 적극적이고부터 나는 최근 글이 가진 힘을 몇 가지 경험했다. 소소하지만 결코 소소하지만은 않은 일들에 더욱 브런치를 맛있게 즐겨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얼마 전 도서관으로 귤 한 박스가 배달되었다. 받는 이가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보내는 이 이름은 부산에 위치한 어떤 상호명으로 되어 있었다. 누가 보낸 걸까 한참을 생각하다 의심쩍은 한 명이 떠올랐다. 며칠 전 브런치 글에 친구 한 명이 댓글을 달았었다. 친구는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남겼고 덧붙여 내가 있는 도서관 주소를 물었다. 


대학친구로, 우리의 가장 최근 만남은 아마 걔의 결혼식이었던 것 같다. 기나긴 세월을 단지 SNS로 가끔 서로의 근황을 알고 통화를 하며 지내왔다. 친구는 늦둥이를 낳아 길렀고 동시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힘든 이야기들을 가끔 업로드 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서로에 대한 약간의 정보들만으로도 심리적 거리는 매우 가까웠다. 역시나 귤을 보낸 이는 그 친구였다. 도서관에 오는 모든이와 함께 친구가 보내준 달코롬한 사랑을 까먹었다.  


2개월 전 인터넷기사에 채택된 원고를 브런치에 동시에 올렸었다. 마을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도서관에 대한 기사를 보고 대구에 있는 초등 때 친구는 후원을 하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정기후원은 사실 인근 이용자들조차 선뜻 하기 힘든 일이다. 이용을 하지도 않으면서 후원을 하겠다는 친구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좋은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의 사정을 십분 이해하지 않고는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는 투명하게 쓰일만한 곳에 후원을 하는 일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며 쾌척해 주고 있다. 


‘세상이 정말 좁구나’를 실감한 실화도 있다. 도서관 아이들 모습을 글로 그려 브런치에 올렸더니, 글 속의 아이들 친고모라는 분이 댓글을 남겨 주었다. 처음에 얼떨떨했지만 곧 브런치의 대중성을 실감함과 동시에 발이 없는 글이지만 어디든 가 닿을 수 있구나라는 것도 새삼 느꼈다. 고모는 나의 글을 온 가족들에게 공유했다며 친근한 댓글까지 달아 주었다. 글에 실린 누군가의 이야기가 언제든 본인이나 주변 인물들에게 읽혀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더욱 투명하고 정직한 글쓰기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이 홍보의 효과가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우연히 성사되다니 실로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주 올린 글에서는 보다 많은 재능보유자들을 발굴해서 도서관 프로그램을 늘려야겠다는 올해의 다짐을 썼었다. 온라인으로 글을 공유하는 함께 글쓰기 <내글빛>의 모임장이 적극적인 제안을 해 주었다. 일과삶님은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수권의 책을 출판하는 등 재능을 많이 가지신 분이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온라인으로 여러 개의 모임을 리더하기도 한다. 그분의 시간 활용은 언제나 미스터리이다. 일과삶님은 브런치에서도 활동을 꾸준히 하시는 분으로 3월부터 우리 도서관에서 글 쓰고 책 읽는 강좌를 열어 재능기부를 하기로 했다. 덤으로 문우들의 오프라인 모임도 우리 도서관에서 가지기로 했다.  글 한편이 만들어낸 여러 가지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위 네 가지 사례는 브런치 스토리에 올린 글로 인해서 생긴 사건들이었다. 쓰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이야기, 글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누구도 몰랐을 이야기들이다. 목적성을 겨냥한 글이 아니었지만 나만 알고 지나칠 법한 이야기들을 공개하고 나니 이런 일들이 생겨났다. 내 글을 공개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준 브런치가 있어 좋고, 그로 인해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어 또한 고맙다. 


나는 오늘 갑자기 글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리고 싶어졌다. ‘글은 양파다’ 까고 또 까도 하얀 양파 살이 계속 나오듯 글의 매력을 충분히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더 큰 매력들이 이렇게 불쑥불쑥 나타난다. 글쓰기란 확실히 양파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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