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니체와 함께 아모르파티, 류재숙 >
7주간의 대장정이었다. 책 한 권을 가지고 7회에 걸쳐 뜯고 씹고 맛보는 독서토론은 처음이었다. 저자와 함께하는 독서토론 역시 처음이었다. 니체 철학을 10년간 공부하고 쓴 책의 저자와 함께하는 독서토론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니체의 책을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한 나였다. 책 [니체와 함께 아모르파티]는 처음 하는 요리에 자신 없어 하는 내게 밀키트처럼 부담 없이 다가와 주었다. 니체 철학의 생소한 개념들이 잘 손질되어 조목조목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가치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라는 니체의 말이 처음에는 반감이 들었고 부담스러웠다. 오직 생성을 위해 삶을 살아가고 생성을 위해서는 힘에의 의지, 긍정의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것들을 내 의지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의심했다.
7회의 모임을 마치고 책을 덮는 날 그동안 잡힐 듯 잡히지 않던 말들이 하나의 메시지로 내게 전달되었다. 그 말은 바로 '삶을 긍정하라' 였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혼돈과 무질서 속에 함부로 부려져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었다. 자연이 어떠한 목적이나 의도 없이 존재하는 것처럼 인간도 자연의 한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우주에 내 던져진 작은 먼지에 불과한 우리는 그저 매일 혼돈 속에서 작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야 할 뿐이다.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니체의 말을 한 번 더 되새겨 보게 된다.
주어진 소소한 삶에서 작은 의미를 찾고, 존재를 긍정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주요 재료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니체는 특별히 내게 '자신부터 사랑하라'고 말해 주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니체의 대표적 아포리즘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로 확장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편협하고 옹졸했던 관념들을 흔들어 깨워주는 니체의 말들이었다. 니체 철학은 여름철 냇가의 물때와 쓰레기를 모조리 쓸고 가는 홍수와도 같은 위력을 가졌다고 말하고 싶다. 시대의 중력장에서 헤매고 허무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든 이에게 니체를 소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