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내가 우울증 진단을 받은 건 2021년 11월.
막상 병원에 가보니 난 절대 가볍지 않은
'입원 권유 직전의' 심각한 우울 상태였다.
신체화 증상도 엄청났는데,
진작에 몸은 나에게 한계라고 외치고 있었는데,
평소에 몸이 약하니 설마 우울증 관련 증상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내 탓이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버텨온 것에,
심지어 직업이 아이들과 하하호호 웃어야 하는 유치원 교사라는 것에,
애써 웃으며 버텨왔을 나를 대단해하면서도 안쓰러워해 주셨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직장(유치원)과 가까운 주변에 내가 중증 우울증 상태라는 걸 밝힐 수밖에 없었다.
정신건강 관련 질환에 유독 편견을 가진 우리 사회에서 친구들에게, 특히 직장에!! 내가 정신질환자임을 밝힌다는 건 엄청난 결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이미 신체화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미디어에 노출되는 연예인들의 정신질환 고백이 흔한 일이 되었다 보니
나의 '중증 우울증'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때 가장 많이 들은 위로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같은 거래
그런 사람 요즘에 흔하니까
마음 편히 먹고 힘내!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라는 말은
굉장히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우울증이 감기만큼 흔하게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세상에 너만 우울증인 게 아니라 우울증은 흔하게 찾아오는 질병이니 걱정 말고 마음 가볍게 푹 쉬라는 위로의 표현이다.
그런데 진단을 받고 8개월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라는 말이
가끔씩은 불편하게 들렸다.
물론 내가 언어에 다소 예민한 편이긴 하다:)
8개월 동안 약물치료와 상담을 성실히 병행 중이고,
심지어 현재는 휴직 중이어서 트라우마 환경(유치원)에 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그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꽃을 보고, 글을 쓸 뿐인데도 크게 낫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트라우마 상황을 직면하지 않아 증세가 더 심해지진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하루가 너무 길어 버겁고,
수면과 식사를 편히 하지 못하고, 몸에 힘이 없고, 이명과 어지러움에 항상 속은 메스껍고, 이 여름 날씨에도 온수매트가 없으면 눕지 못하고, 체온과 땀 조절이 신체 스스로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꽤 자주 우울하다.
과연 감기도 이렇게 오랫동안 고통스러운가?
그런데도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부를 수 있는가?
적어도 내가 겪은 우울증은 감기처럼 약 먹고 며칠 끙끙 앓고 나면 뿅 낫는 그런 병은 아니다.
심지어 내 의사 선생님은
"정신질환은 24시간 내내 고통스러운 몇 안 되는 질환 중 하나이다.
심지어 암도 24시간 내내 끊임없이 고통스럽지는 않은 경우가 많다.
우울증은 분명 힘들고 버거운 병이다. 가볍지 않다."라고 나의 생각을 지지해주셨다
적어도 이 글을 우연히라도 보게 되신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라는 말을
위로의 표현으로 건네주시는 것은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울증이 감기처럼 가볍다'라고 여기지는 않아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