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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Jul 01. 2022

아이들의 노래는 행복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하는 예술적 감수성

나에게 유치원에서의 하루 동안

가장 행복한 시간을 꼽으라면,

고민도 없이 '아이들의 노래'에 반주를 맞춰주는 시간이다.



7세를 맡기 전 해에는 5세를 맡았었는데,

당시 동연령 선생님들과 함께 얼떨결에 피아노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사실, 간단한 동요 연주는 얼마든지 가능해서, 5세 아이들이 부를 만한 동요는 당연히 연주 가능했지만, 난 다른 게 배우고 싶었다.


바로 '창작동요'들이다.

요즘 창작동요들은 난이도도 가요 못지않을뿐더러 동요 특유의 밝은 멜로디와 아름다운 말로 이루어진 가사가 정말 매력적이다.

심지어 중간에 랩이 있는 곡들도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반주가 쉽지 않다.

'동요'라기에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5세를 맡았던 시간 동안, 수업에 필요한 노래는 굳이 레슨이 필요 없었기에

나의 담당 강사이신 베토벤 선생님과 함께

신나게 창작동요들을 도장깨기 했다.


이제 베토벤 선생님도 일상 속에서 창작동요 멜로디를 흥얼거리신다:) 동요의 매력이란....!


그렇게 1년간 반주 실력을 갈고닦은(?) 후

나는 꿈에 그리던 7세 담임을 맡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에 새 학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배울 동요를 정해두고 손이 외울 만큼 연습을 했다.


첫 번째 곡은 바로,

'친구 되는 멋진 방법'

무려 학기초에 친구 사귀는 방법을

노래로 한방에 가르쳐줄 수 있다!!!!!!!


새 노래 배우기 시간이 재미없으면, 음악에 흥미를 가지지 못할까 봐, (나같이 음악을 좋아하고, 체육을 힘들어하는 담임을 만나면 차라리 음악적인 부분을 많이 배워가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즐겁게! 즐기기에 초점을 두곤 했다.


이 노래는 뒷부분의 '마음으로 들어주기'까지 합하면 총 5개의 친구 되는 멋진 방법이 등장한다.

나는 5가지의 친구 되는 멋진 방법을 아예 가사판에서 도려내어 교실 속에 몰래 숨겨두고,


먼저 아이들이 생각하는 친구 사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브레인스토밍  ,

보물 찾기를 시작했다.

반응은 상당히 폭발적:)


갓 7세가 된 아이들에겐 사실 조금 어렵고, 긴 곡인데 본인들이 직접 찾아온 보물들이 노래에 나오니 집중해서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이 맛에 7살 담임이지!

나는 음악수업 반응이 좋을 때가 가장 기쁘다:)


이렇게 우리의 바다반 담임을  만난 덕에 매달 쉽게 접하기 힘든 창작동요만 열심히 배우게 되었다ㅎㅎㅎㅎㅎ


나도 새 노래 지도에 진심이라,

곡을 선정할 때마다 '분위기', '가사', '리듬', '멜로디'등 특색이 돋보이는 음악적 요소를 전달하는 것 위주로 수업을 계획했다.


솔 직 히

바다반 친구들도 아직 7세이고 타고나게 노래를 잘하는 친구는 많지 않아서....!

음정 박자 정확하게 맞추기는 학기초부터 포기했다.


그러다 어느덧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1학기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ㅋㅋㅋㅋㅋ) 동요를 1학기의 마지막 새 노래로 정했다.


바로 '햇살 좋은 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인데

리듬이 7세 아이들 수준에 지나치게 어려워서,

그냥 방학 전에 힘 빼고, 정확하게 노래 배우기보단 곡의 가사와 분위기나 느껴보자! 를 목표로 이 곡을 선정했는데,


역시 어른이 듣기에 좋은 노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가보다. (날 닮은 황금 귀 귀요미들)

어려운 부분은 따라 부르지도 못하면서,

매일 햇살 좋은 날 틀어달라, 피아노 쳐줘라 요구를 해대었다.


우리 반은 귀가 전 항상 신청곡을 받고 하나의 음악이나 노래를 감상한 뒤 귀가한다.


여름방학을 며칠 앞둔 그날도 신청곡을 받았는데 그날의 신청곡은 바로 '햇살 좋은 날'

아이들은 귀가 전 집중이 어려운 시간임에도 곡에 집중해주었다.

집중에서 곡을 듣고 따라 부르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노래가 끝나고 귀가하려는데

감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차갑고 냉철한 친구가 "선생님 전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져서 기분이 좋아져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 친구의 한 마디를 잊을 수 없다.

'너도 이제 음악 속 따스한 분위기를 찾아 느낄 수 있는 어린이가 되었구나'


담임인 내 눈에조차도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의 음악적 감수성은 조금씩 자라나고 있구나.


적어도 우리 바다반은,

음악과 예술을 유행에 따라 무작정 소비하기보다는,

자신만의 감성이나 취향을 찾아 마음에 드는 소리를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에 기꺼이 참여하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

음악과 예술이 주는 감수성은 말할 수 없이 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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