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언제나 힘든 법

불안도가 높은 사람은 인내하기 힘들다

by Sean
IMG_6509.JPG 발표하러 갔던 오피스. 남자친구의 동행

화요일에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생각한 것보다 잘 해냈고, 2:1 프레젠테이션이었지만 정말 모든 질문에 막힘 없이 이야기를 잘했다. 왜 이 옷에는 이 원단을 사용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 하지도 못했던 질문에도 그들이 납득하게끔 말을 잘했고, 작은 농담들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끝냈다. 비록 디자인한 아기 수영모는 목이 조일 위험이 있어서 내가 만든 디자인은 하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끝나고 나니 기분이 하나도 좋지 않았다. 이것만 끝내면 기분은 좋아지고 속이 시원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 루틴을 챙기기가 어려웠고, 화요일(2월 27일)에 끝난 프레젠테이션의 결과는 그다음 주 금요일(3월 8일)이나 되어서 알 수 있다고 하니 시간이 훅훅 갈리 만무했다. 분명히 전에 봤던 곳보다 더 잘했다고 느꼈고 실제로 막힌 것 없이 말했음에도 분명하고 내 자신감은 무너졌다.


사람이 너무 간절하면 이렇게 우울해질 수 있구나, 불안하기도 하구나 싶었다. 한 번 파이널까지 갔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었던 터라 자꾸 이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게만 느껴졌다. 슬프지만 어쩌겠나, 참아야지.라고 생각했다가 자꾸 시간이 가지 않는 것 같은 느낌과 내가 느끼는 답답함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와 언니와 남자친구에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읽었던 책에서 '불안도가 높은 사람은 인내력도 적다'라는 문구를 보고 또 내 이야기다 하며 언니에게 캡처해서 보내줬다. 나는 왜 이렇게 '잘'살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와 27년 하고도 7개월을 같이 살았는데 이렇게도 모르나.


그러다 문득 매일 쓰는 일기를 쓰다가 느꼈다. 나의 인생 목표는 그 회사가 아닌데 왜 자꾸 그 회사를 목표로 잡고 불안해하고 신경을 쓰는가. 돌아보면 내 전 목표는 '프레젠테이션 끝내기'였는데, 끝나고 보니 어땠나. 하루 종일 우울하고 누워있고 불안해했는데, 이 과정을 또 겪고 싶은가? 떨어지면 그때 가서 슬퍼하고 다시 이겨내면 되는 건데, 나에게 이 회사가 최종 목표가 아닌데 왜 나는 이렇게 스스로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좁은 시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단기 목표, '이것만 끝나면 어떻게 될 거야', '이것만 해내면 나는 행복할 거야'하는 조건부 목표와 조건부 행복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리고 저번에도 느꼈던 '혹시 내가..?'의 기대감이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혹시..?'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쟁자가 있다는 것도 알고, 그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데 자꾸 불안해진다. 이미 내 손을 떠나간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결정해야 하는 일이고, 나는 언니가 온 상황에서도 감기 몸살을 앓아가며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다 했다. 그러면 차분하게 기다리면 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모르겠다.


이번주 금요일에는 과연 어떤 결과를 가지고 이 글을 다시 쓰게 될까. 너무 잘하고 싶어하는 내 모습이 기특하다가도 안쓰럽다가도 ..

IMG_6510.JPG 발표하러 가던 길. 이 날은 비바람이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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