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실패

끊임없이 나를 의심하는 시간

by Sean

결국 답이 왔다. 역시 이런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1차부터 3차까지, 도대체 왜 떨어졌는지 이유조차 모르겠고 사회는 정말 냉정하다고 느껴진다. 그냥 '우리 팀과 더 잘 맞는 사람을 고르기로 결정했다' 한 마디면 내가 쏟아부었던 노력, 에너지, 시간, 내 발표 자료 그리고 내 감정까지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남는 것, 배우는 것들이 분명 있겠지만 이 시간들이 오래 지날수록 나를 의심하고, 내가 캐나다에 있는 이유를 의심하게 된다. 큰 회사에 3차까지 갔다는 사실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고, 두려워했던 영어로 발표를 했다는 것 또한 나에게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과정만 있고 결과가 있지 않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마음이 엉망진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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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우리 팀과 더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싶다. 돈을 모으면서 모으는 기쁨을 알고 싶고,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의 실업급여도 5월이면 끝이 나기 때문에 나의 전 상사가 제안했던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 싫다 싫어. 싫어도 해야 하는 게 사회이고 이 시간이 지나가면 내게도 좋은 기회가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휴. 마음이 붕 뜨다 보니 입맛도 없고 운동도 하기가 싫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상황이 이러니 답답해지기만 한다.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좌절감을 충분히 느껴야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는 핑계로 실패라고 말한다. 성질이 급하고 과정보다는 결과가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과정보다는 실패했다는 결과에 집중하게 된다. 잘 해내고 싶어서 더 마음을 많이 썼겠지, 하는 씁쓸함이 든다. 마음이 힘드니 몸도 비실거리게 되는구나, 몸과 마음이 동시에 튼튼해야 한다는 말이 이래서 그런 거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된다.


세상은 가혹하다. 여전히 부모 그늘 밑에 있지만 진짜 부모 그늘 밑에 있을 때가 좋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감당해야 할 일, 오롯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일, 진짜 나의 삶의 무게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어가는 시간들. 오늘까지만 좌절해야지, 오늘까지만 힘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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