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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May 31. 2024

캐나다는 휴가에 자유로울까?

한국보다는 당연히 그렇죠

나는 한국에서 정식으로 근무해 본 적은 없지만, 당장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스케줄에 유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에, 항상 그것이 불만이었다. 처음에는 캐나다에 일자리를 잡고 그들의 유연성과 일처리 방식에 익숙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지금도 사실 적응 안 되는 부분이 여럿 있음), 효율적일 때가 있기도 하는데 바로 휴가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인만큼 일처리 깔끔하고 빠르고 정확한 곳이 없지만, 휴가를 쓰는 거에 있어서는 여기만큼 자유롭지 않은 게 아쉽다. 그리고 상사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문화도 싫지만,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종종 필요 이상으로 상사의 생각을 읽거나 눈치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상사에 따라 말투를 조금 조심하거나 존중하고 있다는 사인만 보내면 오케이! 하는 경우도 있고, 나는 이미 지금 상사와 어느덧 2년 가까이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돼서 더욱 편해졌다.


한국에 친한 오빠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 클라이밍을 하다가 다친 이야기를 해줬다. 그래서 병원을 가야 한다고 했는데, 출근 전에는 병원이 안 열고, 점심시간쯤에 예약을 하려고 하니 점심시간쯤에는 예약이 또 안된단다. 퇴근하고 7시까지 병원을 하는 날에 방문하려고 하니 이때는 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어 번 정도 헛걸음을 했다고 한다. 결국에는 토요일 아침 일찍 병원을 가야겠다고 미루는 걸 보고 함께 고개를 저었다. 직장인은 병원 가기 어렵다는 말과 함께.


전공이 패션 쪽이기 때문에 외국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는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하고(클라이언트들이 외국인 경우가 많을 경우), 조금이라도 바쁜 달은 11시~12시까지 기본으로 일을 한다. 나는 퇴근 시간에서 10분만 벗어나도 기분이 나쁜데, 곱절은 더 일을 해야 한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친구들은 덕분에 목 디스크 혹은 허리 디스크를 얻은 경우도 있고, 심한 친구는 미주 신경성 실신까지 해서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정말 좋지만, 이렇게 건강을 잃으면서까지 해야 한다는 게 짠하고 마음이 아프다.


물론 여기서 일하는 것도 장단점이 있고, 어느 직업군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한국처럼 밤을 새기도, 어쩌면 더 많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패션 쪽으로만 이야기를 해보자면 기껏해야 1-2시간 야근, 혹은 어쩌다 한 번 주말에 출근하는 일이 전부다(나는 이 마저도 없다). 그리고 중간에 병원을 가야 하거나 개인 일정이 있으면 양해를 구하고 갔다 와도 상관이 없고 눈치 보는 문화도 아니다. 오히려 내 건강이 먼저인데? 나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어? 하는 문화이기도 하다.


내가 소개해준 두 명의 친구가 커플이 되어서 좋은 기회로 미국 여행을 하게 되어서 나도 그들을 보러 밴쿠버로 가기로 했다. 밴쿠버에 가려면 당연히 휴가를 써야 하기 때문에 나의 상사에게 말했더니 당연히 너도 여름휴가를 가야 한다며 다녀오라고 했다. 그 후로 밴쿠버 가는 비행기를 바로 끊었고, 밴쿠버에 가면 어디를 가봐야 하는지, 어떤 음식점이 좋은지 등 추천까지 해줬다.


10월에는 우리 팀 모두가 중국 출장이 예정되어 있는데, 영주권이 그전에 나와서 나도 갈 수 있게 된다면 나한테 한국에 한 3주 정도 다녀오길 권했다. 먼저 이렇게 제안해 준다는 게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놀라웠다. 혹시 그전에 나오지 않고 그 후에 영주권이 나오게 된다면 중국 춘절(중국 공장이 다 쉬기 때문에 한 7-8주 정도는 바쁘지 않다)에 맞춰서 한국을 다녀와도 되겠냐고 하니 다녀오라고 한다(그럼 나는 한국 설날 새러 간다~). 나는 한 4주 정도 예상하고 2주는 한국에서 재택으로, 2주는 완전한 휴가를 생각하고 있는데(동남아 여행 가고 싶다!!), 내 상사 또한 최소 3주 정도는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바쁘지 않은 때를 선택해서 상의를 한다면 내 배경을 고려해서 3-4주는 자리를 비울 수 있게 배려해주고 있다.


이건 나만의 경험이라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특히 조금 더 큰 회사라면 사칙에 따라 조금 덜 유연할 수도 있지만, 내가 경험한 캐나다 회사는 확실히 더욱 유연하다. 전 회사에서도 집 안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심하게 아픈 경우에 무급으로 7개월까지 휴가를 낼 수 있었고, 유급 휴가를 다 쓰고 나면 무급으로 더 쓸 수 있는 경우가 있었기에 이 부분은 본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캐나다에 사니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우울하고, 번아웃이 심한 나라다 하는 기사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그 부분이 마음이 아프다. 조금 더 유연하게 살아도 괜찮을 수 있는 날이 조만간 올 수 있으면 좋겠다 - 내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그리고 모든 한국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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