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스쏭작가 Sep 27. 2024

딩크 부부의 반려견 보내주기

청춘을 함께한 나의 반려 가족

 자두를 처음 만났을 때 나와 남편은 풋풋한 커플이었다. 가진 것 없는 청년들이었지만 자두와 함께라면 행복이 넘쳤다. 두 청년이 부부가 되고 가정을 꾸릴 때자두와의 유쾌한 동행은 계속됐다. 우리 셋은 변함없는 천진한 단짝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이었다.

 자두는 온 식구들의 기쁨조이기도 했다. 자두를 보기 위해 가족은 전보다 더 똘똘 뭉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 구성원이 늘었다. 여동생 부부가 예쁜 아기를 낳았다. 자두는 때론 질투하며 불안한 낌새를 보였다. 그런 자두를 불쌍히 여긴 남편은 자주 이런 말을 했다. "자두에게 소홀해지면 안 돼. 자두는 우리밖에 모르잖아." 내 대답은 언제나 "당연하지. 걱정 마."였다.

  

 자두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우리의 시간도 그러했다. 햇수 더해가며 새로운 문제 직면했다. 견모차를 끄는 우리 부부에게 "애 말고 개를 키워야지." 훈수를 놓는 주변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십 대 때부터 함께 했던 나의 반려견 가족을 끝까지 책임지는 과정에서 왜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씁쓸했다. 애도 잘 키우고, 개도 잘 키우자고 우리가 얼마나 굳게 다짐했는데. 아이를 갖기 위해 나름의 노력도 해봤고 해탈도 했었다.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남편은 마법 같은 문장으로 내 삶을 밝혔다. "내가 있잖아. 그리고 우리에겐 자두가 있잖아." 앞날을 예견할 수 없지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늘 내편인 남편과 자두가 있었으니까.


 그랬던 우리 부부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2024년 5월 29일 캄캄한 새벽. 자두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구보다 아꼈던 반려 가족을 잃은 우리는 밤낮 실성한 사람들처럼 통곡했다. 장례식장에서 하염없이 우는 남편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두도 없고 애도 없는데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할까.

 자두가 없는 시간들을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아이는 부부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던데. 그래서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고들 말하던데. 우리의 부모님들도 그러셨던 것 같은데.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자두가 사라지자 혼란스러웠다. 내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듯 고통스러웠다. 자나 깨나 자두 이야기만 했던 우리 부부의 커다란 공통분모가 사라졌다. 변해 버린 일상을 맞이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막막하고 두려웠다.

 그런데 남편은 자두에게 주었던 모든 사랑을 오롯이 내게 퍼부었다. 나를 최우선으로 생하며 살뜰히 챙겼고 나 또한 그러했다. 그는 나의 상실감을 덜어주기 위해 무얼 더 바랄 수 없을 만큼 노력했다. 남편 덕분에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천사가 된 자두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둘이서 자주 여행을 떠났고 러닝도 시작했다. 곳곳을 여행하며 지난 추억들을 실컷 회상하기도 했다. 같은 슬픔을 공유함으로써 더욱 돈독하고 애틋한 부부가 되었다. 남편이 없었다면 괴로움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두 손을 꼭 잡고 슬픔의 터널을 통과했다. 청춘을 함께한 자두를 가슴속에 묻고 살아간다.

 "주님의 사랑이 이 가정 위에 항상 있게 하소서." 우리 부부의 결혼식 날 예식장에 울려 퍼졌던 축가의 첫 소절이다. 자두를 다시 만나는 날까지 끈끈하게 사랑하며 살노라 약속한다. 세상 모든 부부에게 가장 강력한 접착제는 결국 사랑이.

내 평생의 사랑 그리고 눈물 버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