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한 자릿수였던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 코앞에 큰 도서관이 하나 들어섰다. 정적인 시골 마을에 지어진 군립도서관은 쾌적하고 넓은 나의 최애 놀이터였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늘 예고 없는 간식거리가 제공됐다. 엄마께서 딸을 위해 가지고 오신 빵과 음료였다. 독서 중인딸의 모습을 담은 엄마의 눈은 희망으로 빛이 났다. "자랑스러운 우리 딸. 책 속에 길이 있다. 암 그렇고 말고."엄마는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는 딸이 대단히 큰 인물로 자라리라고 믿으셨다. 당시엔 나도, 내가 엄마의 희망에 부합하고도 남는 난 놈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소녀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그러나 비범은커녕 애매하게 평범한어른이 되었다. 늘 도서관을 옆구리에 끼고 살아온 결과는 대강 이러하다.
-상상력이 풍부함.
-생각하는 바를 글이나 말로 잘 표현함.
-읽고 쓸 때 누구보다도 행복함.
-도서관 이용 꿀팁을 잘 앎.
-혼자서도 잘 놂.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만. 나는 독서를 통해 그저사부작사부작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그렇지마는 에코백 메고 도서관을 오가며 그럭저럭 나답게 사는 삶도 나쁘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궁금한 것이 있거나, 고민이 생기거나, 사고픈 책이 생기거나, 조용한 장소가 끌리면 일단 에코백을 둘러메고 도서관으로 간다. 이로써 나는 잘 웃고, 잘 자고, 잘 읽고 쓰는, 책만 있으면 행복 지수가 높은 어른이 되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유독 내가 남들에 비해 뒤처지게 느껴진다면. 마음에 여유를찾고 싶다면.
자신을 닮은 책이 즐비한 도서관으로 가자. 도서관에 가면 읽히길 기다리는 오랜 페이지와 같은 자신의 내면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