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나 중고 서점에 가면 꼭 검색하는 단어가 있다. 다소 부끄럽지만 그 단어는 바로 '마녀'이다. 작가의 유명세를 떠나 마녀가 등장하는 소설책이 있으면 무조건 펼치고 본다.
열 살 무렵이었나. 여느 때처럼 어린이 도서 열람실을 찾아갔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던 도서관이 어찌나 반갑던지 책이 빼곡한 궁전의 왕이 된 것만 같았다. 읽을 책을 골라 가장 마음에 드는 의자에 착석했다. 그때 내 손에 들린 책은 로알드 달 작가가 쓴 '마녀를 잡아라'라는 소설이었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고른책 한 권을 앉은자리에서 재미있게 읽었다. 온갖 상상력과 풍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책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었다. 어린아이와 사악한 마녀의 흥미진진한 추격전을 읽으며 중간중간 주변을 살피기까지 했다. 혹시 마녀가 나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닐까? 나를 잡으로 온다면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두근두근.
마녀 이야기에 매료된 나는 그 후로 마법과 마녀가 등장하는책이 있으면 필히 읽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실제로 마녀가 존재한다고 믿었던 건 안 비밀. 베일에 싸인 마녀를 어떻게 해서든만나 보고 싶었다. 장갑을 낀 사람, 묘한 분위기가 풍기는 사람, 날카로운 인상의 성인 여성을 만나면 '이 사람 혹시 마녀가 아닐까?' 하고 남몰래기대했다.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현실과의 괴리가 느껴질 때면 다시 도서관으로 갔다. 어딘가에 살고 있을 마녀와 마주칠 날을 기다리며 소설을 읽고 또 읽었다. 아쉽게도 아직은 마녀를 만나지 못했다. 여전히 도서 검색 창에 두 글자 '마녀'를 입력하며 결전의 날을 준비한다.
어린 나이에 만났던 마녀 이야기 책은 내게 짜릿한 독서의 맛을 일깨워 주었다. 책 한 권을 통해 영국 남부의 해변 도시를여행하며마녀와 잡기놀이를 했으니 얼마나 짜릿했겠는가. 책으로 둘러싸인 적막한 도서관은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느껴졌다.나는 그 세계의 문을 자주 두들겼고 대단히사랑했다. 꿀맛 나는 책 한 권과 독서하기 좋은 장소. 이 두 가지만 있다면 언제나 양질의 휴식을 누릴 수 있다.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에서 마녀 책을 찾는 행위는 행복을 부르는 나만의 주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