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지은 Sep 16. 2024

왼손발이 준 선물

왼손발이 준 선물


“ 이제 더 이상은 못 버티겠네.. 그만두겠어..


내 마지막 선택이었다. 엄마를 떠나보내면서 행복해지고 싶었다. 이제는 이 회사에 들어온 것이 후회스럽진 않지만 일하면서 내 자신에 대해서는 돌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 나에게 앞으로 주어진 남은 시간 내 인생을  찾아가고 사랑하며 지내고 싶었다. 몸이 아프면서 인생에서 돈이 주는 행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5년 시간이 흐르며 왼쪽 팔도 호전되는 것 같았으나 파열된 어깨와 한 손의 과사용은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이전과 같지 않았고 내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과연 버티는 게 답인가? 컴퓨터와 마우스를 보는 것이 꼴도 보기 싫을 만큼  통증에 시달렸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 해 볼 수 있는 치료는 다해 본 것 같았다. 병원에 가도 이제는 별 방법이 없었다. 도대체 이 어둠의 터널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 삶이 고달프고 왜 돈 버는지 왜 사는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나를 비침하게 만든 건 이제는 엄마도 없이 아빠와 함께 살아야 하는데 칠십 대이신 아버지에게 의지하며 아버지를  내가 챙겨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내 마음을 어렵게 했고 그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며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막막하기만 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정한 결론이었다. 수도 없이 마음속에 퇴사를 고민하고 살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심하고 부서 팀장님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감사하게도 충분히 내 입장을 이해해 주었다. 그래도 방법을 강구해 보자는 제안을 하여 마지막 고민을 해보기로 하였다. 이대로 그냥 그만두는 게 맞는지 내 유일한 아픔을 공유할 수 있었던  장애인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그 친구는 나에게 장애인들을 위한 근로지원제도도 있으니  생각해 보라며 권유를 하였다. 그 친구의 방법이 처음 나에게 반갑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자신을 비참하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정말 그 제도가 필요했다. 장애인으로 살았지만 그동안 가족들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크게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전과 상황이 달랐다.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가 왔고 홀로서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받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처음 나의 장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웠지만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으니 속이 후련하고 편했다.  그 이후 그 제도의  도움을 받으며 회사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 사건을 통해 나는 또 한 번 내 자신이 장애인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벼랑 끝에 놓이고 내려놓으면 눈에 보이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했던 나의 판단과 결정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왼손이 오른손보다 건강하지 못했다면 내가 지금까지 회사의 모든 업무들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왼손이 있었기 때문에 이 팔로 지금까지 버티며 모든 것들을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난 지금도  고난과 시련이 좋지만은 않다. 아직도 나에게 시련이 다가올 때면 쓰라리고 아프다. 그러나 고난을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마음, 태도와 자세를 달리 먹는다면 그 고난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장애는 어쩌면 하나님이 내게 주신 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 살아가는 날 동안 나에게 아픔은 계속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 아픔을 내 삶에 싣고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고 나에게 주신 이 선물을 잘 사용하여 천국 가서 칭찬받으며 기다리는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



이전 17화 어머니의 유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