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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지붕집 만장이 Jun 08. 2024

너의 말이 나의 말

이거 괜히 먹었어.


투게더 아이스크림이  며칠째 냉동고에 잠자고 있었다.

그게 너무 먹고 싶어서 당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한 통을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마지막 숟가락을 떠먹으며 눈물이 그렁거린다.

당이 또 430을 넘을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기 때문이다.


조현정동장애 약은 식욕을 엄청나게 높여서

10킬로 정도 찌는 건 우스운 일이었다.


그 덕에 당뇨인임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음식이 당길 때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덥석 입속에 넣어버리고 만다.


정신질환약을 먹은 뒤

36킬로였던 자료실 해골바가지 같았던 내 몸은

70킬로 가까이 쪘다가


지금은 약조절로 약간 몸무게가 내려갔다.

 

뭔가를 먹을 때면

죄의식마저 느껴야 하는 저주받은 질병.

맛있게 먹은 마지막 숟가락에

후회를 가득 실었을 때 그때.......!!




내 책상 위로

주황색 무당벌레가 달려들었다.

켜둔 스탠드  때문인지 불빛아래서 현란한 춤을 춘다.


세 마리 고양이들이 책상 위로 뛰어올라와

서로 잡겠다고 점프를 해대었다.

그때 노란색 치즈고양이가

무당벌레를 쏙! 먹어버리고 말았다.

성공! 이런 신나는 얼굴로.



하지만

곧 흥건한 침과 함께

무당벌레는 책상 위로 버려지고 말았다.


아마도 무당벌레가 냄새나는 무언가를 뿜어낸 것 같다.


고양이의 표정은

이거 괜히 먹었어! 이 표정이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나도 아이스크림 괜히 먹었어.

네 말이 내 말.

나는 당이 너무 오르지 않길 바라고

너는 무당벌레가 뿜은 게 독은 아니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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