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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Jun 11. 2024

이룰 수 없는 행복은 포기하라는 말.

조현정동장애와 유전에 대한  고민

"너의 척추랑 사시는 아마 유전적인 이유로 꺼려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내가 대학생이던 어느 날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유전!

대대로 전해지는 형질.

내 자식에게도 전해질지 모르는 대물림.


충격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를 사랑하는 진실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늙어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였다. 


그래도 욕심이 생겨 남자를 사귀었고 6년 동안이나 만나며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다. 

결국 다른 여자한테 가버렸고 나는 조현정동장애를 얻었다. 

여자한테 차이고 다시 돌아온 그와 결혼한다고 하자 담당 의사 선생님은 한마디 하셨다.

"다시 그 사람하고 결혼하는 건 글쎄요... 추천하고 싶진 않네요..."


하지만 유전적으로 더러운 내가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사람밖에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결혼 후 배우자의 심한 외도와 도박으로 나의 결혼생활은 막을 내렸다. 

막을 내린 후로 인생이 쫑났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삶은 계속되었다.



유전이라는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다. 

조현정동장애이면서 어떻게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느냐.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안고 살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유전은 100%가 아니다. 조현병의 63%는 아무런 유전적 요인 없이 발병한다고 들었다. 

나는 모든 것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을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누군가 식사 중에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이룰 수 없는 행복은 포기하는 게 옳아"


꿈을 포기하란 건가? 이룰 수 없는 행복이란 게 있긴 한가?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어 화가 났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욕심을 버리라는 말로 해석되었다.

 

피사의 사탑도 아니고 기울어진 나의 척추

똑바로 봐도 어지러운 세상 외사시로 보고 있는 눈

바둑이가 연상되는 한쪽만 접힌 귀

널뛰기하는 당뇨혈당

하트모양의 약을 먹으니 잠잠한 고혈압

이름도 몰랐는데 나랑 친한척하는 고지혈증

그리고 대망의 조현정동장애. 


다 가져가고 

지독하게 힘든 시험관 따위 이겨낼 테니 내게 아이를 주오. 

더러운 유전자는 사랑으로 이겨볼 테니

내게 아이를 낳게 해 주오.이게 더 큰 욕심이라고 해도 좋으니 

나를 가져가고 내게 아이를 주오.


그렇게 얻은 내 인생의 왕건더기 강아지아들.

그리고 이혼하고 만난 9년 친구(동글동글해지고 있는)  한 남자.

두 사람으로 인해 

오늘도 행복이라는 말을 감히 적어본다.



나는 내 결정에 언제나 책임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내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절대 아프지 않게  하겠습니다. 

저번 제 글에 댓글 달아주신 친구님 감사합니다. 


<댓글>
제 친구.. 얼마 전 당뇨합병증으로 당뇨발 와서 우측다리 절단했어요.
절대로 당류 안 돼요. 추천드린 실내 자전거 식후 30분씩 타세요. 그래야 아들 곁에 오래 있을 수있어요. 걱정돼서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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