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서 벗어나기 DAY6, 1인칭 마음챙김
과학 서적에서 이런 문구를 읽었다.
‘밤하늘에 있는 가장 밝은 별을 찾아 몇 초간 응시해 보세요. 주변의 다른 별들도 하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 마음속에 사는 외롬이와 고독이가 발버둥 칠 때,
누군가를 붙잡고 종알종알 하소연하는 일조차 버거울 때 희한하게 대자연이 보고 싶다.
사람이 아닌 자연만이 내 혼돈의 마음을 품어주고 위로를 줄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내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선 사진으로만 봤던, 오로라가 보이는 아이슬란드로 순간 이동하고 싶고 요정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숲으로 들어가 모든 현세의 노곤함을 잊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종일 일하고 먹고 자며 쉼조차 인공 빛을 내뿜는 TV, 스마트폰, 태블릿 따위의 전자기기에 눈을 떼지 못하는 신세다.
눈앞에 닥친 직장생활의 고단함, 인간관계의 어려움, 먹고사는 일의 빠듯함으로 대자연은커녕 하늘 한 번 제대로 올려다보지 못하는데 무슨 밤하늘의 별인가 싶기도 하다만.
저녁을 먹고 산책하러 동네 한 바퀴 나가볼까 길을 나서면 아파트 숲 사이로 저녁 하늘을 만날 수 있다.
별이 쏟아지는 대자연은 아니지만 손바닥 크기로 보이는 밤하늘에서도 빛나는 별 하나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고, 과학 서적에서 본 문구가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진다.
믿거나 말거나 별 하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자니 신기하게도 희미하게나마 주변에 있던 별들이 하나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더 인내심을 갖고 사려 깊은 관찰을 하면 여러 개의 별이 "나 여기 있지!", "나 찾았어?" 하며 반짝반짝 빛을 내며 신호를 보낸다.
그렇다. 책에서 본 말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서너 개의 별들을 찾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내 마음속 외롬이와 고독이가 잠시 아우성을 멈추고
하나, 둘 별을 세기 시작한다.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아이처럼 세심한 마음으로 뚫어지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니 하루 종일 웅크려 있던 외롬이와 고독이가 덕분에 어깨를 활짝 펴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뻗는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별을 찾다 보니 우연히라도 별똥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갑자기 떨어질 별을 대비해 어떤 소원부터 빌어야 하나?
혼자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순간 ‘반짝’ 빛을 내며 새로운 별이 하나 더 보인다. 그렇게 밤하늘의 별들과 숨바꼭질 하다 보니 의문이 생긴다.
별똥별은 정말 존재할까. 사실 별똥별을 본 적이 인생에 한 번도 없다. 어린 시절부터 별똥별 보기를 꿈꿨지만 단 한 번도 맨눈으로 영접하지 못한 그 별은 나에게 우주 전설의 존재다.
그 전설이 내 인생에 한 번은 올 거라고 믿으며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나 한참 고민한다. 왜냐하면 나는 소원이 많기에 신중하게 소원을 선별해야 하니까.
고개가 뻣뻣해지도록 빛나는 별을 계속 찾으며 마음속으로는 구체적인 소원을 생각하는 내 모습이 무언가 간절하고 애절해 보인다.
별똥별을 찾는 내 마음은 예상치 못한 좋은 운이 인생에 찾아오길 바라는 염원이다. 별똥별이 툭! 하고 찾아올 거라는 간곡한 믿음 말이다.
우연히 밤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장면을 기똥차게 포착하고, 그 순간 까먹지 않고 똑똑하게 소원을 구체적으로 빌면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착착 이뤄질 거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조용히 빛나는 별들을 보고 있자니 내 희망도, 행복도 주변만 잘 돌아보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밤하늘의 별을 찾는 일이 낭만적인 허세 또는 부질없는 일 같다가도 여러 개의 별을 찾은 날이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밝은 빛을 응시하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별들처럼, 내가 이미 가지고 있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빛나는 면면들이 숨어 있을 거란 긍정의 마음이 살짝 쿵 드는 건 왜일까.
그건 아파트 숲 사이에서 보이는 작은 하늘이지만 자연이 내게 주는 일상의 위로가 아닐까.
지친 마음으로 퇴근한 오늘도
저녁을 먹고 별을 찾으러 산책을 떠난다.
아니, 희망을 찾으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