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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D-126> 가장 만족스러운 오늘의 음식

one day one me, 물이 최고야

by 산책이

오늘 먹은 것들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음식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런데 딱히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먹었는지 자세히 살펴봐도 없다.

아침은 늘 밥맛이 없다. 일부러 전날 저녁도 6시 전에 간단히 먹는데도 말이다.

배가 고프면 잘 챙겨 먹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저혈압 때문인지 일어나면 약간의 어지러움도 있고, 그게 정신을 더 흐리게 만드는 듯하다.


도저히 아무것도 씹혀 넘어가지 않는다. 결국 내 사랑 토마토주스 한 잔을 하고

차 안에서 냉동 볶음밥을 먹거나 냉동 주먹밥을 생존으로 먹는다.

그런데 이게 만족스러운 음식은 아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니면 절대 안 먹었을 테니까.


점심은 선택권이 없다. 직장에서 나오는 대로 먹는다.

운이 좋으면 입에 맞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저녁을 기대하지만 저녁 역시 가볍게 먹는 편이다.


예전엔 보복심리로 아침도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다는 서러움에 저녁을 열심히 먹었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겹치니 저녁이 폭식으로 이어졌고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겹쳐 결국 건강이 상하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저녁도 최대한 가볍고 건강한 음식으로만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음식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다!' 하는 게 없었다.

그래서 고른 게 의외로… 물이다.


싱겁게 들릴 수 있지만, 오늘 내 입속에서 가장 맛있었던 건 물이었다.

물을 자주 마시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되어서 이것저것 대신할 음료들을 그동안 많이 마셔보았다.


커피도, 콤부차도, 이온음료도. 그런데 결국 돌아오는 건 늘 물이었다.

운동 후 마시는 차가운 물 한 모금은 잊고 있던 도파민이 팍! 하고 터지는 순간 같다.

그 리듬에 맞춰 본능적으로 “캬아―” 하는 탄성이 나오기도 한다.

탄산이나 술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건강한 도파민이다.


오늘도 출근길 한 손에는 커피, 다른 한 손에는 얼음을 가득 넣은 차가운 물을 들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분명하다.

오늘 내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음식은—물이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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