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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D-127> 창문 열고 1분 동안 밖 풍경

one day one me, 일일미션, 노을, 저녁풍경, 명상

by 산책이

우리 집은 노을 맛집이다.

아파트 단지 맨 앞쪽에 위치해 앞을 가로막는 다른 건물이 없다.

덕분에 넓은 하늘, 멀리까지 내다보이는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처음 이사 왔을 때가 9월이었다. 하늘이 높고 푸른 가을 무렵이었으니 노을이 정말 아름다웠다.


이사오기 전, 집을 보러 몇 번 왔지만 노을 지는 시간에 방문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노을명소인 줄 전혀 몰랐다.

이삿짐을 마무리하고 저녁 먹기 직전 우연히 내려다본 창문 밖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제부터 노을 구경하러 밖에 나갈 필요가 없겠네.' 할 정도로

붉은 노을이 내 마음을 물들였던 날이 기억난다.




오늘은 chat gpt에게 평소에 잘하지 않는 다소 신선한 일들도 미션에 추가해 달라 부탁했다.

그랬더니 알려준 미션이 바로 1분 동안 창문 밖 풍경보기다.

보자마자 '이건 쉽겠다!'싶었다.

창밖을 자주 내려다보다 보니, 눈을 감으면 그대로 상상이 될 정도로 풍경이 익숙하다.


지금은 늦여름이라 가을 노을은 볼 수 없다.

올해는 처서가 지나면 날씨가 선선해진다는 처서매직도 없다.

여전히 무덥다. 그래도 해가 지고 나면 조금은 선선해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신 있게 거실 창문을 열었다!

평소 같으면 바람이 너무 뜨거워 몇 초도 못 버텼을 텐데

수영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시원했던 탓에

예상보다 1분이나 초과된 2분이나 밖을 바라봤다.


안타깝게도 오늘은 노을 지는 순간을 놓쳐

해가 진 뒤의 풍경만 볼 수 있었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글 시작부터 ‘노을 맛집’이라 자랑을 했는데,

결국 오늘 미션에서는 해 진 풍경만 보게 되어 괜스레 쑥스럽다.


어쨌든 오늘 내가 본 풍경은 이렇다.


위를 올려다보니 손톱만큼 작아 보이는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로등 불빛 아래 몇 명의 사람들이 저녁 러닝을 뛰고 있었다.

아파트 정문 쪽으로 좌회전 신호를 받고 있는 승용차와 오토바이들도 보였다.

평화로웠다. 큰 소음 없이 조용히 흘러가듯 사람도 차들도 비행기도 흘러가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가로등 켜진 큰길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러면 어설프게 비행기 활주로처럼 보인다.

공항에서만 볼 수 있는 비행기 활주로에는 설렘이 있다.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 길고 곧게 뻗은 활주로는 아름답다.

그래서 비행기 활주로라고 상상만 했는데도 괜히 감성에 젖었다.


아침에 일어나 도장 깨기 하듯 일상을 보내기 때문에

멍 때리는 시간도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갖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의 미션이 반갑다.

자기 전에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작은 명상 같은 미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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