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 D-129> 재미있었던 일

one day one me, 잃어버린 물건을 찾은 기쁨

by 산책이

일요일은 좋으면서도 부담된다.

휴일이라 기쁘지만 내일 다시 출근해야 하니 마음이 마냥 편하진 않다.

나는 일요일마다 생각한다.


나는 일하기 위해 쉬는가 아니면 쉬기 위해 일하는가.

당연히 후자가 정답이지만 왜 자꾸 일하기 위해 쉬는 것 같을까.


그럴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말한다.

'아니야, 난 쉬기 위해 일하는 거라고! 절대 잊어선 안돼!'


그렇다면 나는 쉴 때 정말 즐거워야 한다.

나는 놀기 위해 일하니까, 노는 날에는 무척 기뻐야 한다.

하지만 "오늘 정말 재밌었다"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일요일은 많지 않다.


그래도 가끔은 배가 끊어지도록 뒹굴며 남편과 웃기도 한다.

그런데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진짜 즐거웠는데 말이다.

진짜 재미있는 건, 왜 재미있는지도 모른 채 단숨에 지나가는 걸까.


그런 내게 chat gpt는 오늘 재미있었던 일 1가지를 떠올려보라고 한다.

뭐가 있을까.

재미있으면 웃음이 난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가장 밝게 웃은 순간을 재미있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 순간을 떠올려본다.


남편은 카페에 갈 때마다 가방 옆 바깥 주머니에 텀블러를 꽂고 다닌다.

오늘도 어김없이 텀블러와 함께 카페로 외출하고 돌아왔는데.. 어? 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정리하는 습관 덕분에 남편은 텀블러 뚜껑이 사라진 걸 다행히 빨리 발견했다.


뚜껑이 없는 텀블러는 정말 치명적이다. 심지어 여행 기념으로 외국에서 산 텀블러라

마음이 조급해졌다.


텀블러 뚜껑.png


작든, 크든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험은 너무 속상하다.

어른이 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많은 물건보다

소중한 물건들만 남겨두다 보니 한 개라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면 그렇게 마음이 쓰린다.


남편은 곧장 우리가 걸어온 길을 다시 가보겠다며 나섰다.

어딘가 떨어뜨린 게 분명하다고.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서둘렀다.

나 보고는 집에 있으라고 하며 운동화를 서둘러 신고 현관문 밖을 나섰다.


땡볕에, 무더위에 텀블러 뚜껑을 찾으러 나간 남편.

감쪽같이 사라진 검은색 텀블러 뚜껑.


서로를 잃어버린 그 둘은, 과연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받자마자 한껏 기대감을 감고 외쳤다.


“찾았어? 찾았어?”

“응! 찾았어!”

그 짧은 대화에 우리 둘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나눴다.


"진짜 잘됐다! 잘됐어. 진짜 다행이다!"

"그렇지? 진짜 다행이야!"


잃어버린 줄 알았던 물건을 되찾는 순간의 기쁨은 정말 짜릿하다.

돌아보면, 바로 이 순간이 오늘 하루 가장 재미있고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재밌고 즐거운 순간이 꼭 노는 순간만 있는 건 아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물건을 되찾는 순간!

그것만큼 짜릿한게 또 없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5화<2025년 D-130> 욕실 거울 닦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