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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D-71> 드라마보며 외국어 공부하기

one day one me, 꾸미는 사랑에는 이유가 있어, 일어 공부

by 산책이

2025년 10월 22일 수요일

남은 2025년 D-71일


今日は時間がある

どこか出かけませんか

どこ行く

何着ようかな〜


41일만에 2025년 D-DAY 미션을 다시 시작한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이 나를 글쓰기로부터 멀어지게 했을까.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창대해야 하는 법인데

마무리도 못 짓는다면 스스로에게 민망할 것 같다.


마음이 파르륵파르륵 요동칠 땐

글쓰기가 도움이 된다. 현실 세계에서 길을 잃을때마다

자책과 반성이 아닌 문장을 쓸 수 있다면 나는 다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못했으니 '어차피 망한 거야' 하며 그만 두는 건

나를 스스로 아끼지 않는거다.


"다시 시작하면 되지~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가 중요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도 하던 말이지만 정작 나에게는 참 인색했다.

그 말을 이번엔 나에게 돌려주며 어제 저녁부터 미션을 재개했다.



최근 나는 듀오링고 앱으로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일본 여행을 갔을 때도 하지 않았던 공부인데,
어느 날 갑자기 혼자 ‘삘’을 받아 연속 학습을 이어가는 중이다.

듀오링고는 혼자 공부하는 만족감과 뿌듯함을 주는 앱이다.


무엇보다, 핸드폰으로 릴스나 숏츠를 무한 반복하다 잠들면
왠지 자괴감이 들지만, 듀오링고를 하다 잠들면 그 순간만큼은 내가 꽤 멋져 보인다.

일본어의 진입장벽은 낮다. 우리말과 비슷한 단어가 많고, 문장의 어순도 같아 혼란스럽지 않다.

혀를 굴릴 필요도 없어서, 몇 문장만 외워도 마치 네이티브 스피커가 된 것처럼 신이 난다.



내가 본 일본 드라마는 〈꾸미는 사랑에는 이유가 있어〉(2021) 다.

평소 팬이던 호시노 겐이 작사‧작곡한 OST를 듣고,

‘이 감성 좋다~’ 싶은 마음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와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매력이지만,
듀오링고에서 배운 단어가 귀에 ‘쏙’ 박힐 때의 짜릿함도 크다.


미드나 영드는 ‘영어 공부’라는 명분으로 영어 자막을 켜 두고,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본 적이 많다.
하지만 일드는 그렇게까지 해 본 적이 없다. 아마 일본어 공부가

내 생계나 역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오직 즐거움과 만족감만으로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복습한다.

예를 들어, 평소 집에서 남편과 대화를 할 때 일본어로 한마디 던지고, 바로 이어 한국어로 말한다든가
한국어로 말한 뒤 통역하듯 일본어로 덧붙이기도 한다.


그게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어쩌면 내 일본어 공부의 8할은,
무슨 말인지 몰라도 즐겁게 들어주는 남편 덕분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처음으로 일본어 자체에 집중하며 드라마를 재생시켰다.

시작하고 5분도 안됐는데

들리는 단어가 꽤 있었다. 심지어 문장이 들리는 기염까지 토했다.


今日は時間がある(나 오늘 시간 있어)

どこか出かけませんか(어디 나가볼까?)

どこ行く(어디로 갈까?)

何着ようかな〜(뭘 입지~)


셰어하우스에 같이 사는 두 주인공이

연애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데이트를 갈려고 준비하는 대화다.


나 오늘 시간 있다는 말만 제외하면

평소에도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에

외우고 싶었다. 집에 있다가도 "어디 나가볼까~" 하며 이야기할 수 있고

아침마다 뭘 입을지 고민하며 혼잣말도 가능하다.


취미란, 생산적이지 않더라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값지다.

글쓰기처럼, 잠시 현실세계를 잊고 무언가에 몰두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한 문장이라도 외우는 이 행동이 나에게 조금이나마 하루의 생기를 준다.


물론 매일 1문장씩 하라 그러면 안할 것 같다.

의무가 되면 그때부터 조급해지고 불안해지니까.


나만 아는 미션이지만,

나는 안다. 내가 하는지 안하는지.

했는지. 안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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