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서 벗어나기 DAY8, 1인칭 마음챙김
아침해가 밝으면 그렇게 서러웠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됐음이 감사해야 하는데,
그때는 밤이 지나간게 너무나 억울했다.
조금 더 잘 수 있었는데
조금 더 누워 있을 수 있었는데
벌써 아침이라니..
아침해가 밝으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너무 싫었다.
부지런히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때는 저녁이 지나간 게 너무나 서글펐다.
조금 더 멍 때릴 수 있었는데
조금 더 뒹굴 뒹굴 이불을 돌돌 말수 있었는데
무기력에 내 마음이 땅바닥을 기어가던 그 시절
낮엔 커튼으로 창문을 가렸고
어두워질 때쯤, 커튼을 열었다.
합법적으로 이제 자도 된다는 신호를 보고 싶었다.
어둑해지는 해넘이 시간,
일몰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다, 어느 날 거실 커튼을 열었는데,
주황빛 사이로 얇게 구름층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노을을 봤다.
홀린 듯 한 번, 그냥 한번 창문을 열어봤다.
모눈종이 같은 방충망 때문에 노을이 너무 작게 조각나버려서
그래서 창문을 열었다.
그때, 바람이 순식간에 내 볼을 스쳤다
머리카락 일부가 흩날리면서 내 볼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내 코 속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시원했다. 차가웠다.
오랜만에 찬 바람이 내 콧구멍 속으로 들어왔다.
방에만 있고 싶고,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는데…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깥공기가
내 콧속으로 들어오는데
그렇게 후련했다.
온 장기를 소독하고 싶을 만큼
때가 낀 내 마음 투성이에
바람소리가 들렸다.
마치 바람으로 나를 충전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방에만 있고 싶고 밖에 나가고 싶지 않더라도
아침에 일어나 한번은 창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바깥공기를 마시며 콧속으로, 피부로 바람을 느꼈다.
가을바람이 한창인 요즘, 아침에 창문을 연다.
퇴근하고도 창문을 연다.
주말에는 언니네 강아지가 놀러 와 지내는데
토요일, 일요일 아침 우리는 창문을 열고 함께 콧구멍으로 바람을 쐰다.
바깥공기를 마시며 그렇게 충전을 한다. 콧구멍이 촉촉해지면서 벌렁벌렁 주위를 살피는
강아지를 따라, 나도 바깥공기 한 줌, 두 줌을 흡입한다.
걸을 힘도, 옷을 입고 나갈 힘도 없던 나는
적어도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 한 줌은 마셨다.
하루, 이틀, 삼일... 그리고 다시 작심삼일하고 하루, 이틀, 삼일...
그렇게
창문을 열었고 바깥공기를 마셨다.
마침 그때가 가을이었다.
그리고 다시 가을이 돌아왔다.
날 숨 쉬게 했던 그 가을바람이 다시 돌아왔다.
*이 글을 읽고 계실 작가님이 있으시다면, 창문을 열고 가을 바람 한 줌을 느껴보셨으면 한다
저를 살리게 했던 그 바람이 요즘 불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