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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lyn Dec 29. 2023

미국 비자 인터뷰에서 일생일대의 기로에 서다


미국 J-1 비자 인터뷰에는 5개의 중요한 서류가 요구된다.


DS-2019 원본

DS-160 확인서

SEVIS FEE 영수증

비자 인터뷰 예약 확인증

여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서류는 단연코 DS-2019이다. 미국 학교 또는 스폰서 회사로부터 받는 서류로, 프로그램 종류/기간/목적 등이 적혀 있고 학교 또는 회사 측의 서명이 있다. 이것이 미국에서 나의 신분을 증명할 가장 중요한 서류가 된다.


따라서 이 서류가 없으면 비자 발급 과정 자체가 진행이 어려워, 학교 측에서 Invitation Letter를 받자마자 진행해야 한다. 서류 신청을 위해서는 잔고 증명서(한 학기에 대략 $10,000 이내), 재정 보증인 서류 등이 요구된다.


사실 나는 교환학생을 가기로 결심하기 이전, 충동적으로 유럽여행 비행기표를 예매해 두어서 교환학생 신청에 차질이 많았다. 하필이면 시기가 겹쳐 비행기를 타러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안에서 최종합격 순위를 확인했고, 파리발 환승 공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에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최종 학교 선택에 대리 참석을 부탁했고, 프랑스 파리의 숙소에서 Invitation Letter를 받아 신청 서류를 작성해 보내는 정말 웃지 못할 우여곡절들이 많았다.(혹시나 해서 여행 떠나기 전 성적증명서와 여권사본, 영어 성적 증명서를 스캔해서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으니 망정이지...)


게다가 나는 9월 말에 합격 발표가 나고 1월 초에 바로 겨울학기가 개강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고(유럽 등 타 국가는 보통 2~4월쯤 개강한다.)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이 서류 준비 시기와 겹쳐 거의 4주 이상 준비가 늦어지게 되었다. 모든 서류가 한 번에, 이상 없이, 빠르게 나오기를 기도해야 했다.




귀국 후 여차저차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비자 서류 준비를 했고 12월 1일까지 비자를 제출하라는 미국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하고 12월 14일에 비자 인터뷰를 잡았다. (돌이켜보면 12월 8일에 서류 준비를 마쳤는데, 14일에 비자 인터뷰 자리가 있었다는 것은 미친 천운이다. 보통 2주~한 달 뒤까지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24만 원이라는 손 떨리는 비자 인터뷰 신청비를 내고 드디어 비자 인터뷰를 하러 아침 9시 30분,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에 도착했다.



이날은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이민 비자, 취업 비자 등 갖가지 이유로 줄선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바깥에서 40분 대기, 안으로 들어가 접수하기까지 30분이 더 걸렸다. 참고로, 주한 미국대사관 접수처 직원들이 조금 까다롭다(나쁘게 말하면 무례한)는 얘기는 익히 들어 조금 긴장을 하고 있었다. 접수 차례가 되고, 서류를 내밀자마자 여직원은


DS-2019 서류 이거 뭐예요? 이거 서류 그대로 인터뷰 볼 거예요? 여기다가 영사님이 싸인하셔야 되는 건 알고 있어요?

밖에 나가서 프린트 다시 해서 처음부터
다시 줄 서세요. 아님 그냥 인터뷰 보시던가요. 본인이 알아서 하세요 빨리 결정하세요.


알고 보니 학교 측에서 보내온 DS-2019 서류 크기가 A4용지의 2/3만 한 작은 크기였고 나는 이게 당연히 학교 측에서 보내온 “원본”서류라 딱히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인데...


직원의 말대로 PC방이나 프린트 카페에서 서류를 다시 수정해서 다시 처음부터 줄을 선다(최소 1시간 반 소요)

VS

잘못된 서류도 아니고, 영사가 이해해 줄 것이라 믿고 그냥 인터뷰를 본다(실패 시 비자 인터뷰 재예약 및 48만 원 증발, 출국일 변경해야 할 가능성까지)


라는 일생일대의 고민을 40초 정도 했다.

그리고 나는 후자라는 약간 미친 선택을 했다.


조금 작을 뿐.. 잘못된 서류는 아니지 않냐는 내 나름의 믿음과 이 무례한 여자의 말을 고분고분 따라 패배자처럼 밖으로 터덜터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알량한 자존심의 환장할 조합이 만들어낸 결정이었다.


그리고 또 비자 인터뷰 줄에서 40분가량을 대기했는데, 바로 내 앞에 선 남자가 여자 영사님에게 그린레터(비자 거절 서류)를 받는 것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는데, 정말 0.5초 간발의 차이로 왼쪽 사람이 먼저 나가 다행이게도 왼쪽에 계셨던 남자 영사님과 인터뷰를 볼 수 있었다.




(계속 웃기, 영어 잘하는 척 하기, 자연스럽게 하자..)


- Hello!

- Ah, Good morning!


- University name?

- Wayne state university in Michigan.


- Did the college select you or you selected

this college?

- Well, It was on the list of my...

- That's enough. hold on


(내 DS-2019 서류를 옆자리 여자 영사님에게 보여주며 뭐라뭐라 얘기를 한다...)


- Okay It's done, your visa is approved and

you can take it within 3~4 days.

- Thank you so much! Have a great day!!


걱정한 시간이 무색하게 비자 인터뷰는 너무 빨리 끝나버렸다. 사실 줄 서는 동안 서류 크기가 왜 작은지에 대한 2분짜리 피치를 생각해 뒀었는데 말이다.ㅋㅋㅋㅋㅋ


사실 내 준비가 부족했던 게 맞지만, 괜히 접수처 여직원을 한번 흘깃 보고 날아갈 것 같은 발걸음으로 대사관을 떠났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 먹은 민트 초콜릿이 얼마나 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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