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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미 Feb 18. 2023

여행을 떠나요~!!

지난 1월 개인전을 끝낸 후부터 거의 두 달을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년이 훨씬 넘는 기간을 오직 개인전 만을 생각하며 그림에 집중했고 게다가 음악회를 준비하느라 혼신을 다 한만큼 그 후유증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것을 쏟아내고 완전히 소진된 채 껍데기만 남겨진 기분이었다. 작품이랄 것 없이 가끔 소품 위주의 가벼운 그림들을 그리며 약 2개월의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지난해 7월쯤 트리오 F3멤버인 C가 베트남 여행계획을 제안했었다. C는 평소 시간이 허락되면 해외, 국내 가릴 것 없이 무조건 떠나 한달살이를 하며 중간중간에 여러 친구들을 교대로 초대하여 즐기는 여행 광이었다.


그것은 본인에게도 좋은 취미지만 무엇보다 나처럼 무엇인가에 빠져 다른 것을 돌아보기 힘든 사람에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게다가 비행기 예약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을 완벽히 서비스해주고 있으니 귀차니즘에 빠진 노년 초입의 우리들에게 최고인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스스로 고갈되어 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엇인가 새로운 영감을 얻을 만한 기분 전환이 필수인데 여행보다 좋은 소재는 없을 것 같다. 나를 비롯한 우리 노래친구 3명이 흔쾌히 여행에 합류키로 했고 그 일정이 바로 오늘 밤부터 시작된다. 여행계획을 수립할 때는 내가 개인전 후 이렇게 슬럼프를 겪을지 예상할 수 없었지만 마치 일부러 알고 택한 것처럼 아주 적절한 시기에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실은 여행을 간다는 것이 왠지 부담스럽기도 했다. “개인전을 끝냈으니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과 단체 정기전 등 여러 가지 일정들로 인해 마음에 조급증이 생겼던 것이다. 한동안 마음은 조급한데 그에 따라주지 않는 몸으로 인해 갈등을 겪다 “더 멀리 내다보고 천천히 오래오래 가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내일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짐을 꾸리는 가운데 비로소 설렘이 시작되었다.


그래, 다 내려놓고 즐기고 오는 것이다.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얻는 여행. 그러면에서 C에게 감사해야지. 많은 영감을 얻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끼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 개인전 때 작은 4호 그림을 구매했던 후배는 늘 곱살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곤 한다.


후배의 집을 방문한 친구가 거실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더니 내 그림을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베트남에 다녀온 다음 날 그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내 그림들을 소개하기로 했다.


하나님께서 또다시 보너스로 나를 채워 주시려는가! 여행에 들뜬 내 마음이 기쁨과 감동으로 인해 더욱 멀리, 더 높이 날아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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