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미 Feb 01. 2023

“첫 발자국”을 내딛다 (3)

오프닝 세리머니 - 작가와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도대체 어쩌라고~~!!?”


D-1. 개인전을 하루 앞둔 저녁 8시경, 음악회 사회를 맡기로 했던 선배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다. 독감으로 목이 심하게 부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두통에 치통까지 겹쳐 도저히 사회를 볼 수가 없는 지경이라며 미안함을 전해왔다.


나는 낮에 전시회를 위한 DP를 마치고 동료 집에서 음악회를 위한 마지막 연습 중이었다. 첫 개인전이라 DP도 쉽지 않았다. 마침 섬유미술을 전공한 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제시간에 전시회 준비를 마치고 늦도록 노래연습 중이었건만 사회자 일정이 펑크가 난 것이다.


순간 앞이 캄캄하여 여러 대안을 마련해 보고자 했지만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에 어느 누구에게 사회를 부탁할 수 있겠는가? 결국 집으로 돌아와 이런저런 생각으로 밤을 꼬박 새우다 새벽 서너 시경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계획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오십여 년 전의 꿈을 이루는 이 날의 감회와 내게 있어 미술과 음악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본인이 직접 밝히며 행사를 이끌어 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소개할 여러 가지 미술, 음악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며 이미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기에 힘들지 않 행사 진행을 구상할 수 있었다.


드디어 D-day.


아침부터 분주했다. 백송묵 선생님이 여러 음향장비와 악기, 관객석에 배치할 의자 등 모든 것을 준비하여 아침 일찍 서둘러 전시장으로 나와 주셨다. 출연진 또한 서너 시간 전에 행사장으로 나와 리허설을 도와주었다. 나를 비롯하여 이 같은 행사 경험이 전혀 없는 우리들은 가슴이 콩닥콩닥 진정되지 않아 과연 잘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만 했다.


관객들이 서서히 몰려들었다.  4-50여 명의 관객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고 정각 다섯 시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나는 먼저 50여 년 만에 꿈을 이루는 이 날의 소회를 전하며 오늘이 있도록 도와주신 두 분 선생님, 미술과 기타 선생님을 소개하면서 행사의 막을 열었다. 그 가운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어린 시절 가정환경으로 많은 상처를 받던 아홉 살 꼬마가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칭찬 한마디에 미술의 꿈을 키우고 음악으로 위로받으며 성장하여 개인전 오프닝 세리머니로 음악회를 개최하는 순간이었다. 무슨 말로 오늘의 감회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나의 솔로와 F3 트리오, Y과의 듀엣 순서가 지나고 색소폰 연주와 오늘의 백미 남성 성악 4중창단 “일콰트로”의 무대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백 선생님의 유모어로 행사가 더욱 빛났다. 부족한 나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객석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은 것은 모두 백 선생님의 노련한 무대 경험 덕분이었다.


양념처럼 실수도 이어졌다. F3 공연 중 너무 긴장한 나머지 첫 도입 부분에서 음이탈이 일어나는 사고가 났지만 모두 웃으며 격려의 박수로 이어졌고 흥겨운 싱어롱 시간에는 7080 노래 모음으로 모두가 과거 중고교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으로 함께 노래를 즐겼다.


행사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F3와 Y, 우리 모두는 감격에 겨워했다. 나이 육십이 넘어 기타를 치며 관객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서로에게 파안대소하며 말했다.


“오늘 우리가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어. 저런 평범한 사람들도 무대에 서서 노래할 수 있구나 하는 희망 말이야 ㅎㅎㅎ~~!!"


< 트리오 F3와 함께 노래하는 장면 >

                                             

           < 남성 성악 4중창단 "일콰트로" >


< 행사장에 모여 함께 해 주신 관객분들 >


                    

이전 11화 “첫 발자국”을 내딛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