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생애 첫 개인전으로 올 한 해의 문을 열었다. 습한 장마가 이어지고 무더위에 지치는 요즈음, 지난 1월 첫째 주 엄동설한에 개인전과 개막식 세리머니인 음악회 준비에 분주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무더위를 조금은 식힐 수 있는 것 같다.
두툼한 외투로 무장하고 일주일 내내 매일 아침 전시장에 나가 2층 전시장 입구에 걸린 나의 대표작이 인쇄된 대형 현수막을 바라볼 때의 그 뿌듯함은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개인전을 하고 나니 여러 가지 방면에서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중 한 가지가 이곳저곳에서 이어지는 전시회 참여 요청이다. 정식 미술작가로 활동한 경력이 워낙 일천한지라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더라는 식으로 공직에서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같은 경험을 하게 되니 한편으로는 얼떨떨하면서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내가 유명해졌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내 그림을 본 협회, 갤러리 측에서 전시회를 기획하며 참여를 요청하곤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5월 내가 소속된 미술단체에서 개최한 정기전에 참여한데 이어 이번 7월 두 건의 전시회가 개막된다.
7.19~31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개최되는 ‘한국현대회화 100選展’과 7.22~8.4간 경기도 포천소재 모돈갤러리에서 개최되는 ‘2023 포천 드로잉축제(동행전4)’가 그것이다.
현대회화 100選展은 국내 100인의 미술작가를 선정하여 1,2부 두 번의 전시회를 통해 대표작 1점씩을 소개하는 전시회다. 포천 드로잉축제는 펜 드로잉을 통한 어반 스케치 위주의 전시에 나를 포함한 일반 미술작가 2명이 동참하게 된 전시회다.
현대회화 100選展에는 한국여성작가협회 주관 공모전 수상작인 ‘봄은 고양이로다’ 제하 그림을 대표작으로 걸게 되었고 포천 드로잉 축제에는 고양이, 닭 등 내가 즐겨 그리는 동물그림 위주의 그림 열 두 점을 걸 예정이다.
< 나의 대표작 '봄은 고양이로다' >
이 같이 뜻하지 않은 전시회 참여는 개인전 후 상당기간 슬럼프에 빠져 힘들어했던 내가 다시 그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상당히 큰 도움을 주었다. 모든 일에 항상 발전만 있는 것이 아니 듯 그림 또한 하나의 성과를 얻은 후에는 반드시 슬럼프라는 위기가 찾아오는 것 같다. 그 가운데 힘들더라도 붓을 손에 놓지 않고 씨름하며 위기를 극복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한 계단 더 위로 올라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두 건의 전시회를 통해 2023년 후반기를 향한 발걸음을 더욱 힘차게 내딛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래저래 올 7월, 나의 여름은 전시회 준비로 인해 더욱 뜨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