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것은 엄마의 빅 피처

by 지효네

주택 살이를 결심한 후 남편과 의논하고 합의에 이른 지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단층집과 그리 크지 않은 마당을 가진 집.

“마당은 그리 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저 꽃 몇 개 심을 화단 한 개랑 김장할 때 야채 편하게 씻을 야외 수돗가와 지효 수영장 설치할 공간만 있으면 되지 뭐.”


입주 처음 집을 둘러보신 친정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니 집은 이렇게 작으면서 마당은 왜 이렇게 큰 거야?!”


여기서 우리는 귀촌할 지역의 건축 가능한 주택 크기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건폐율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로, 건축물이 땅에서 차지하는 수평적 면적 비율을 나타낸다. 즉 대지 면적이 100평인 땅에 건폐율이 60프로인 주거지역은 60평의 바닥을 가진 건축물을 앉힐 수가 있다.

용적률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지하층 제외) 비율로, 수평 수직적 총면적 비율을 나타낸다.

건폐율이 60프로, 용적률이 100프로인 주거지역 100평의 땅에 건폐율 기준으로 최대치 60평의 바닥 지층을 설계했다면 수직적 면적을 나타내는 위층의 총합의 면적은 40평의 건축이 허용된다.


귀촌할 지역의 토지 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는 보전관리지역 또는 계획관리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때 용도에 따른 건폐율이 제각각이라 잘 알아보아야 한다.

내가 찾는 단층 주택이 잘 없는 이유가 이 건폐율에 있는데, 대게 보전관리지역은 건폐율이 20프로이다. 그러니까 단층으로 30평 주택을 지으려면 알땅으로 내 땅이 150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조금 크게 40평의 주택을 짓고 싶다면 200평의 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주택살이를 위한 땅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커지는 이유는 이 건폐율 때문이다.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들이 드넓은 마당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건축주와 집주인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다기보다는 법에 근거한 자연보전 원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운이 좋게 계획관리지역이라 건폐율이 40프로나 나오는 행운이 닿아, 단층으로 30평보다 조금 작은 집을 지을 수 있게 되었지만, 대부분 분양하는 땅이 100평에서 150평 내외인 데다가 여기다가 도로 지분까지 빠지면 더 작아지게 되는 알땅의 면적에서 건폐율을 20프로로 맞추게 되면 건폐율이 약 16평에서 최대 20평이기 때문에 저절로 2층 집이 앉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로망인 2층 집 주택의 계단은 대게 아래위층 3-4평의 평수를 너끈히 잡아먹어 집을 좁아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런 단점을 잘 보완하기 위해 유능한 건축가에게 설계를 부탁하는 것이 결코 과한 욕심이 아닌 것이 잘 된 설계는 집을 넓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용성 면에서도 월등하고 또 이런 설계가 건축비 절감 또는 가성비 훌륭한 건축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애석하게도 이런 중요한 사실들은 입주 후에나 알 수 있었다. 전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시간적 제약이 몹시 큰 상황에서 무모하게 건축과 입주를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에 가장 기본만 생각하려 했고 또 잘 알지 못하기에 설계사의 큰 흐름에 따라 집중했는데 되려 이 점이 짧은 시간에 효율적인 설계와 건축을 이끌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집 크기 빼고 데크 빼고 약 80-90평의 마당을 가진 럭셔리한 사모님의 주택살이가 시작되었다.

외벌이 연구원 공무원 봉급생활자인 우리는 가난했다. 잔디를 깔고 기본 나무를 식재해 주고 화단을 만들어 주는 용역업체에 비용을 알아보니 천만 원이 훌쩍 넘었더랬다.

판 잔디와 디딤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옮겨주는 지게차 비용까지 200만 원이 채 되지 않은 비용을 예산으로 잡고 나머지는 소위 말하는 몸으로 때우는 방법을 선택했다.

지금은 유튜브에 마당을 가꾸는 방법이나 영상이 넘쳐나지만, 7년 전인 그때만 해도 잔디를 까는 방법을 검색하고 배울 수 있는 가장 유능한 소통 창구는 블로그였다. 보고 또 보고, 귀촌 카페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기존에 집 지은 정여사 님의 남편분도 초빙하고…

2박 3일에 걸쳐 잔디와 디딤석을 깔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정말이지 다시는 복기하고 싶지 않을 만큼 심란했다. 정말로 이혼서류에 도장 찍겠구나 했던 순간을 꼽자면 디딤석을 세팅하던 그때이다.


맨땅에 헤딩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인생 40여년차에 처음으로 경험했다. 초창기 시절이라 대문도 없던 우리 집.


드넓은 잔디 마당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마당이 있는 저 푸른 초원 위의 집이 내 집이 되다니!!!

나무와 꽃들을 심으려고 남겨 두었던 화단을 채우기 시작했다. 얼른 심고 끝내겠다던 나의 흙놀이는 멈출주를 몰랐다.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듯, 매일 화원에 출근하며 신상품의 모종을 들고 돌아왔으며 매일 심고 또 심고, 이미 심어져 있는 것을 패서 또 옮겨 심고 하는 나만의 흙놀이에 심취되었더랬다.

매일의 일상이 되어 버린 땅파기와 심어대기



흙을 만지고 식물을 가꾸는 행위는, 이전에 내가 세상을 만났던 어떤 방법과도 달랐다.

장갑을 끼었지만 흙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 그리고 그 포근함에 매료되어 만지고 또 만지고 보고 또 보는 이보다 더할 수 없는 연애(戀愛)가 없을 지경이었다.


변하지 않고 내 곁에 늘 있어 주었던 자연이 이렇게나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자리에 변치 않고 존재하는 가운데 쉼 없이 움직이며 나아가는 모습은 그동안 나는 자연의 일부이면서 그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 작지만 귀한 섭리를 배우게 되었다.


자연의 법칙에는 내 의지라는 작은 욕심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그저 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때를 자연은 몹시도 정확하게 그리고 늦지 않게 각자의 속도에 맞게 세상을 향해 팔을 뻗고 소리쳤다.


나 여기 있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을 만큼 고생해서 깔은 잔디는, 점점 영역을 좁혀 가고 있다. 심을 꽃이 자꾸만 늘어가는 바람에 그 어렵게 자리 잡은 잔디를 다시 패고 있다는 사실에 남편은 매번 어이없어한다.

지효를 위해 집을 짓겠다고 했는데, 가장 좋아하며 기뻐하는 사람은 나, 지효 엄마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쩌면 나의 무의식이 이제 그만 너를 위해 살아보는 것은 어떠니 하며 이 길로 이끈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7년이라는 시간동안 정원의 모습은 많은 변화를 거쳤고 지금은 장미를 메인으로 하는 정원으로 가꾸어지고 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나만의 놀이터를 만났다. 그것도 이렇게나 넓고 푸르른 공간으로.

비록 대부분이 농협 지분이고 남편의 명의일지라도.


가드너, 그 원대한 꿈을 꿀 수 있는 지효네에 매일 감사한 일상이다.


+) 더 많은 가드닝의 소식이 궁금한 분은 블로그로 놀러 오세요^^.

m.blog.naver.com/anita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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