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효는 울었다.
물론 아이는 울면서 큰다. 배가 고파도 울고 기분이 나빠도 울고 기저귀가 젖어도 울고 심지어 자라고 편안한 잠자리를 내어줘도 잠이 온다며 울어 재낀다.
아이의 울음이 곧 생존이라는 것을 엄마는 본능적으로 알게 되며 그 본능에 의존해 한 생명을 키워낸다.
지효는 조금, 아니 많이 달랐다.
스스로 표현할 수 없는 아이는 모든 일에 울었다. 그리고 한번 울면 걷잡을 수가 없었다.
20여 년이 된 지금까지 아이의 울음에서 편안한 날이 있었나 싶을 만큼, 여전히 아이는 울음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지효의 울음소리는 단순한 생존을 알리는 수단을 넘어, 광기와 분노 그리고 우울과 불안 그 모두가 켜켜이 쌓여 불협화음과 소음 그 어느 사이에서 공명한다.
그 울음이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아이는 이성을 잃기 시작하고 마침내 스스로를 때리는 자해를 하거나 가장 만만한 엄마인 나를 때리고 꼬집기 시작한다.
이렇게 글로 쓰니까 지효도 꽤나 힘들어서 그러는 것이라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생기지만, 정작 맞고 꼬집히는 나는 그 아픔에 몸서리를 친다.
살갗의 쓰라림은 가슴속에도 생채기를 내고 멍을 만들어 내 안에 차곡히 쌓여만 간다.
그렇게 참다 마침내, 자식의 모든 것을 품어야만 하는 어미도 어쩌지를 못할 때는 울부짖는다. 그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편해지기 위해 선택한 것은 “방지” 또는 “예방”이었다.(라고 과거형으로 쓰는 것은 더 이상 이 방법과 타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울음의 징조가 보일라 치면, 미연에 방지 또는 전환을 해서 이 극한의 상황을 만들지 말자 다짐의 다짐을 했다.
(결국, 이 방법은 아이와 부모 모두 망치는 방법이 된다.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 특히 자폐성장애아의 지도에 있어서 미리 달래주는 방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안간힘을 써서 막으려 했던 아이의 울음은 때가 되면 터졌고, 그것은 잔인한 괴물이 되어 나와 아이 사이에 커다란 불안이라는 이름을 달고 앉게 되었다.
지효는 뇌전증 환아이다. 듣기 좋게 또는 보기 좋게 하는 의학용어로 포장되었지만 간질환자이다.
16개월 열성경련을 40분이나 하면서 간질중첩 진단을 받았고 그 이후 우리 부부는 다가오는 현실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다행히 아이의 간질 증상은 약물로 조절이 되는 편에 속했으나, 경련 이후 나타나는 아이의 발달 문제라든가 정신적, 정서적 문제는 보통의 삶을 단 한순간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저렇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아이를 조금 더 편안하게, 아니 아이를 조금이나마 ‘멀쩡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아이를 위해서’라는 단서를 거창하게 달고서는 이사를 하기에 이른다.
어디든 매달려야만 했던 30대의 초보 부모는, 공기 맑고 자연친화적인 곳으로 이사 가서 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지는 그야말로 마법이 일어날 것이라는 착각을 단단히 했더랬다. 모두 다 예상했겠지만, 이사는 답이 되지 않았다. 아니 될 수 없었다.
애석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울었다. 그리고 여전히 운다.
간질환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 중에 뇌파 검사라는 것이 있다. 자는 동안, 또는 깨어 있는 동안 뇌에서 간질파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아니면 약물로 조절되고 있는 수준인지 그것도 아니면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간질파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 한다.
12살 지효는 뇌파 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을 한 상태였다.
잠드는 약 용량의 2배를 먹었음에도 아이는 각성 상태를 유지하면서 깨어 있기를 고집한다.
“나를 재워놓고 무슨 짓을 하려고, 절대 이대로 잘 수는 없어!!!”
잠들지 않고 세상을 구하겠다는 의지가 병실 전체에 감돌았고 친절했던 의료진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의료진이 주사제를 이용해 잠들기를 권유한다.
지금 뇌파 검사 시간을 놓치면 또 언제 검사실이 비어질지 모르는 데다가 밤새 지효가 잠을 자지 않는 통에 지칠 대로 지친 나는 그러겠다고 동의한다.
오랜 병원 생활에 눈치가 빠삭한 아이는 주사 맞기를 극도로 두려워 하지만 이미 잡혀 있던 라인에 주사액이 들어가는 데는 불과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되었다.
한숨을 휴~ 하고 쉬는 순간,
산소포화도 모니터에 빨간 불과 함께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고, 지효의 얼굴은 새까매졌으며 입술은 보라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까맣게 타 들어가는 얼굴에 커다란 눈망울은 분명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은 이야기했다.
“엄마, 나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