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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Oct 16. 2024

혼자의 좋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사람들과 섞여있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꼈다.

사람에게 둘러싸여 살아가던 하루하루.

생각의 여유도 시간의 여유도 없이 촘촘하게 흘러갔다.

연락이 끊이지 않았고 매일같이 약속이 있었다.

꽤 오랜 시간 나를 인간관계에 갈아 넣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닳고 낡아서

반드시 보수와 충전이 필요하다.

거기에 나도 포함된다는 걸 온전히 체감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바닥난 에너지, 고장 난 리액션.

탈이 나고 나서야 혼자를 선택했다.


단지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 곁에 머문다는 착각을 했다.

듣기 좋은 말로 스스로를 속인 채

간과했던 한 가지는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외로움의 근원을 찾지 못하고 헛발질만 내도록 해왔다.


시간의 공백을 허용하지 않고 메꾸는 습관은

결국 나를 텅텅 비게 만들었다.

내가 점점 투명해지고 투명해진 내 속에

온통 타인의 취향이 채워졌다.

점점 나는 사라지고 있었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는 건

세상에서 가장 피곤한 일이었다.

내가 자초한 관계 지옥에 매여

마음의 여유를 상실한 채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기도 했다.


사람으로 외로움을 감당하는 걸 멈춰야 했다.

나를 혼자 내버려 두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제야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을 타인이 아닌

나와 친해지기로 눈을 돌렸다.

구태여 약속을 잡지 않고 홀로 있는 시간을 자처했다.

외로움을 내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가며 깨달았다.

외로움이란 타인에게 버려지는 게 아니란 걸.

진짜 버려지는 건 내가 나를 버렸을 때, 그때라는 걸.

그래서 내가 그토록 외로움에 치를 떨었나 보다.


요즘은 적당히 소진되면 자주 충천하며 나를 돌보고 있다.

고요한 적막을 즐기며 가을바람에 기대 책장을 넘길 때,

하루를 기록할 때, 혼자의 좋음을 실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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