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손이 크다. 특히 음식에 관련해서는 더 그렇다. 찌개를 끓여도 한 냄비 가득, 장을 볼 때도 많이 사놓는다. 늘 양 조절에 실패한다. 실패는 주로 나눔으로 이어졌다. 파전 반죽했는데 많이 남았지 뭐야. 하면서 바삭바삭 구워진 파전을 친구에게 나눈다. 된장찌개 끓였는데 우리만 먹기 아깝다며 덜어놓은 찌개를 옆집 할아버지에게 전한다. 나누기 위해 많이 했는지 많이 해서 나누는 건지 모를 행동을 평생 해온 엄마다.
엄마를 닮아 나도 국을 끓이면 한솥이다. 목표는 2인분인데 어느새 대가족이 먹을 양이된다. 예전 같은 이웃사촌이 없어 방금 한 따끈한 요리를 나눠먹을 수 없는 게 애석하다. 언젠가 소통할 이웃이 생긴다면 나도 엄마처럼 음식을 나르게 될까 궁금하다.
토마토에 빠졌다. 토마토 전도사가 돼서 토마토의 좋은 점을 퍼뜨리고 있다. 주변인들은 모두 내가 토마토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기승전 토마토. 토마토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나의 자세는 단연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 일생에 꽂혔던 다양한 음식과 물건이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차전자피를 섭취하고 큰 효과를 보자 엄마 주변 사람 모두가 차전자피를 먹기 시작했다. 기승전 차전자피를 외치는 엄마에게 넘어간 것이다.
나는 또 토마토에 이어서 야채 스무디에 꽂혔다. 오늘로써 두 달째 아침마다 야채 스무디를 먹고 있다. 브로콜리, 양배추, 아보카도를 넣고 갈아 만든 스무디인데 3주 정도 먹고나서부터 몸에 체감할 만한 변화를 느꼈다. 지독한 비염이 사라졌다. 일시적인 반응인가 싶어 며칠 동안 지켜봐도 코가 안 막혔다. 평생을 달고 살던 비염인데 놀랍다.
아아 나는 자연스럽게 또 야채 스무디를 전파하고 있다. 직장동료들에게 힘주어 스무디 간증을 했다. 과거 먹었던 녹즙을 상상하며 써서 못 먹을 것 같다길래 키위 맛이 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동료들의 스무디를 갈기 시작했다. 가져가서 맛 보여줄 생각에 신났다. 좋은 건 같이 나누고 싶다. 스무디를 갈고 있는 나를 보고 남편 현이 "정말 장모님이랑 똑같아"라고 했다.
좋은 걸 나누고픈 마음, 좋으면 너무 믿어버리는 맹점. 나는 더 엄마가 되고 엄마는 더욱더 엄마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