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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62

먹고 싶은 것과 먹어야만 하는 것

by 태생적 오지라퍼 Jul 15. 2024

오늘 원데이클래스 방과후 프로그램은 유기농 텃밭 작물을 활용한 피클만들기였다.

아직 학생들에게는 피클이나 텃밭이나 농업이나 하는 단어는 낯선것임에 틀림없다.

혼성 피구에 비해서 신청자가 훨씬 적다.

그러나 똘똘한 녀석들은 온다.

간장베이스와 식초베이스로 두 종류의 피클을 준비해 오셨다.

오랜 인연으로 척하면 척 알아듣는 사이가 된 농장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시다.

한창 체험학습이 붐이던 시절에 서울 근교에 체험학습이 가능한 농장을 크게 지었는데

그 뒤로 코로나19가 터졌다.

힘든 시기를 보내셨고 지금도 역시 불경기이다.

보탬이 될지는 모르지만 가능한 생태전환교육 활동을 1년에 몇 번씩은 부탁드리곤 한다.

간장베이스 피클은 고기 찍어 먹으면 좋게 고추, 양파, 마늘쫑 등을 넣었고

식초베이스 피클은 피자나 스파게티와 먹으면 최고일 맛으로 오이, 양배추, 파프리카 등을 넣었다.

피클만들기의 핵심은 야채에 부어줄 간장과 식초베이스이지만 학생들이 그것까지 만들기에는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 시간도 오래걸리고하니 그 부은 설명으로 대신하였다.

아이들은 곧잘 따라하다가도 양파나 고추의 꼬랑지 부분을 싫어해서 크게 잘라서 버렸다.

괜찮다. 그 부분은 내가 모아서 짜투리 피클을 만들어두었다.

야채와 채소, 식물은 어디 한 부분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은 한참 뒤에 알게 될 것이다.


저녁으로는 날이 날인만큼 더위먹은 듯한 아들 녀석을 위해 삼계탕을 준비했다.

자꾸 물냉면만 찾는 폼을 보니 더위를 먹은게 틀림없다.

대파, 마늘을 많이 넣고 작은 닭한마리를 끓여두었으니

익은 김치와 후루룩 먹고 나면 더위 버틸 힘이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먹는 동안 땀은 조금 나겠지만 말이다.

퇴근하고 오면 우리집 고양이 설이도 더위를 먹은 듯 기운이 없다.

설이에게는 특식이 따로 없고 관심을 가지는 몇 가지를 꺼내주면 좋아라한다.

음식 재료 중에는 콩나물에 관심이 많다.

먹지는 않지만 콩나물 따는 내내 옆에서 냄새를 고 귀를 쫑긋 세우고 콩나물에 집중한다.

왜 그런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저녁을 먹고나면 자기에게도 츄르를 줄때가 되었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나저나 삼계탕을 끓였는데 나는 콩나물은 왜 또 따는 것일까?

걸죽한 삼계탕보다 맑은 새우젓갈 조금 넣은 콩나물국이 생각나는 것은 웬 변덕인가?

이제

내일의 미세먼지 측정기 만들기 특강과

수요일의 혈액관찰 실험(초대형 아수라장이 예상된다.)

목요일의 Chatgpt 활용 영상만들기 방과후 특강

금요일의 연천지역 지질생태 캠프만 처리하면 된다.

뭐, 별거 아니네... 할 수 있다. 언제 또 하겠는가? 내년이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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