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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64

유전이냐 환경이냐. 둘다가 맞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유전이냐 진화냐,

유전의 힘이 더 강한가, 환경의 영향이 더 강한가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과학계의 질문이다.

케이스별로 다르고 다양한 결과도 제시되는데

중요한 것은 결코 일방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오늘의 <인물로 보는 과학의 역사> 메인 테마이다.

생명과학 부분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이 부분을 주 테마로 잡은 것은

나의 인생과 가장 밀접한 부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유전이 많이 작용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단언할수 없다.


세 시간의 강의 중 처음 한 시간은

지난주에 일어난 과학적인 이슈를 살펴보고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한데 현재를 아는 것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간단한 관련 활동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아침잠을 깨곤 한다.

월요일 아침은 자도 자도 졸리며 힘든 시간이니 말이다.

주말에 무엇을 하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일을 해도 한 것 같지 않은 시간이 주말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늘은 생명과학 영역을 살펴보니 더 추워지기 전에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을 피해서

건물 주변의 식물을 관찰하고 세밀화 사진을 찍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큰 도로 좌우로 식물의 분포가 비슷한지

생물다양성 관점에서 몇 가지 종류의 식물이 관찰되는지 등을 관찰하면서

학교의 초가을 정취를 느껴보는 시간을 20여분 주었다.

새로운 경험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만

사진들은 나보다 잘 찍었다.


나머지 두 시간은 쉬는 시간 없이 달린다.

일단 생명과학 부분의 분류나 유전, 진화에 대한 중요한 과학자 살펴보기가 이어지고

실생활에서의 예를 찾아본다.

부모님이나 형제들끼리 쏙 빼다닮은 것을 찾아보라하니

발가락이 길쭉한 것이 닮았다고도 하고

시력이 나빠서 모두 안경을 쓴 것이 비슷하다고도 하고

키나 쌍커풀이나 무릎팍 모양이나 질병에 자주 걸리는 부위 등을 이야기한다.

아들 녀석 이야기를 예로 들어준다.

군대 징병을 앞둔 신체검사에서 그동안 몰랐던 유전 질환이 발견되었다고

<수족저각화증> 이라는 것인데 발바닥에 존재하는 유전적인 균들 때문에

발바닥이 딱딱해지고 갈라지고 그 틈으로 균이 쉽게 침입하고

군화를 신고 걸어다니면 그 균이 심한 염증으로 발현되어 다리가 붓고 곪고

마침내는 의가사제대를 하게 되는 질환이라서 공익으로 군대를 배정받아야했다는 웃픈 이야기를 해준다.

유전의 중요성을 인지시켜주는 예이다.

시아버지쪽을 닮아 탈모가 심하게 진행된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머리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다.


진화의 여러 학설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환경의 중요성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고 잘 알고 있어서

이어서는 조별로 토론학습을 진행했다.

<우리 삶에서 유전과 환경 중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보세요.> 이런 주제이다.

4주차쯤 되니까 학생들이 나의 강의 스타일에 적응을 한 것인지

본인들에게 흥미로운 주제였는지 오늘의 토론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5조로 나누어 토론하였는데

3조는 환경이 2조는 유전이 더 중요하다고 했으니 박빙의 결과를 보인셈이다.

사실 정답은 유전도 환경도 중요하다일 것이지만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야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금요일 강의는 순서를 조금 바꾸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주 금요일이 휴일이라 2주를 쉬는데다가

원소기호 키링을 만들기 위해 전학교에서 전기오븐을 빌렸는데

2주일이나 지나서 반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토론 내용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만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음 참 좋겠다.


(오늘 사진은 지금이 봄인줄 알고 역주행 중인 명자나무꽃이다.

학교는 아니고 셔틀버스 타는 석촌호숫길 옆에 딱 하나 피어있던 것을 오늘에서야 보았다.

분명 지난 주까지는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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