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인다고 모두 보석은 아니다.
중고등학교의 동아리와 비슷한 개념인
비교과 프로그램 7차시 중 2차시의 날이다.
기존 강의를 모두 다 듣고 18시 30분부터 2시간 정도 진행되니
학생들도 나도 모두 지친 상태이다.
그럴수록 더더욱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을 해서
추가로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그것은 나 혼자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특별 전문 강사와의 팀티칭을 선호한다.
지난 주는 첫 시간이므로 내가 혼자 오리에테이션 및 <롤링볼 만들기> 활동을 통해서 놀이기구 속의 과학원리를 살펴보는 과정을 진행했었다.
이후 시간은 가급적 나보다 더 나은 분들로 구성된 강사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구성해두었다.
오늘은 <암석과 광물>을 테마로 이 분야 손꼽히는 명강사님을 어렵게 모셨다.
(사실은 어렵지는 않았다. 페이스북친구이고 실제로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 서로의 학문적 열정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분이고 올해 연구년이라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셔서 선뜻 해준다 하셨다.)
가까운 곳도 아닌데 강사비도 많이 못 드리는데
와주신 그 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간단한 광물 키트는 준비해두었지만
강사님께서 엄청 많은 일생에 한번밖에 못볼 것 같은 샘플을 가지고 오셔서 두 시간이 부족했을 정도였다.
풍부한 관련 지식 역량과 많은 강의 경험과
멋진 사진이 어우러져서
열명의 학생들은 엄청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질문도 하고
광물과 암석, 그리고 보석을 구분하는 원리도 이해하였고
광물과 암석의 히스토리를 들으면서 직접 관찰을 하였고
마지막에는 광물 샘플로 상자를 만들어가지고 가는 기쁨도 누렸다.
지구과학이란 다른 과학의 영역과도 조금 다른 특성이 있는데
그것은 결과물을 관찰하여 그 결과물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를 추론하고 히스토리를 찾아낸다는 점이다.
마치 수사관들이 범죄의 현장과 결과를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지를 거슬러 올라가 찾아내는 과정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한때 열심히 보았던 <비밀의 숲> 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검사가
범죄 현장을 재구성하여 수사하는 기법을
주로 사용했는데
조금 과장한다면 지구과학 연구 방법과 많이 비슷하다.
암석이나 광물이 왜 이런 모양이고 왜 이런 색을 띄게 되었는지를
과거의 환경과 생성과정 및 조건을 생각하면서 상상해나가는 것이다.
물론 무한 상상력만은 아니고 과학적인 관찰과 자료에 근거한 것이어야한다만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과도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오늘의 활동이 창작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방법론적인 면에서 더 의미있게 다가갔으면 하고 준비한 것이다.
신기한 광물 관찰 중 개인적으로 가장 멋졌던 것은
자외선을 비추었을 때 형광물질을 내는 광물들을 관찰한 것이었다.
전시관이나 박물관에서도 이런 것은 보기 힘들다.
암실 수준으로 불을 꺼야 명확하게 보이니 말이다.
아마도 학생들도 처음 보는 광경이어서 탄성이 절로 나왔고
사진 촬영을 한다고는 했지만 모두 다 온전히 담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늘의 표지 사진이다.
(학생들은 영상으로도 찍었으니 담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만 내 사진 실력으로는 어림없다.
사진 잘 찍는 분들. 멋지다.)
과학 내용에 관심이 있어서 이 비교과 프로그램을 신청한 학생들이니
이 정도 멋진 사진을 얻어가는 것쯤은 이 저녁에
신나는 일 아니겠나?
오늘 재밌었다고 감사인사를 하는 이쁜 학생들이 있었으니
퇴근이 늦어져서 힘들고 졸리는 그 수고로움쯤은 기꺼이 참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내가 공식적으로 잠시 사귄
(한달 정도 만나고서는 초등학교 때 여친을 다시 만나 나를 뻥차버렸던) 나쁜 남자가
나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던 내 탄생석 반지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탄생석이 있다는 것도
그것이 토파즈(황옥) 이라는 것도
노란 빛깔이라는 것도 그 녀석이 알려주었었는데 말이다.
어디다 내다 버린 것 같지는 않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까마득한 대학 1학년 겨울의 이야기이다.
지금 나에게도 황옥 반지가 하나 있기는 한데
(물론 내돈내산이다.)
그때 그 반지처럼 투명하고 이쁜 알은 아니다.
결혼하면서 받았던 루비와 사파이어 작은 알이 박힌 반지는 IMF 때 금반지 팔면서 모두 팔았고
(이제서야 기억이 났다. 아까 강의 시간에는 그 반지가 어디있나 한참 생각했었다.
괜찮다. 사파이어는 깨졌었고 비싼 반지를 손에 끼고 명품옷을 두르고 과학 실험을 하기에는 방해가 된다.
나는 보석을 그다지 좋아라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위안을 해본다.
내 스스로가 보석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만.)
나에게 남은 것은 작은 크기의 다이아몬드 결혼반지 하나인데
아마도 며느리가 생기면 물려줄 것 같기는 하다.
내가 그걸 가지고 있어봤자 뭐하겠나.
세팅은 자기가 취향대로 할테지만 말이다.
하루빨리 물려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출근안해도 되는 날인데 왜 이리 일찍 눈이 떠지는 것이냐? 월,수,금만 일찍 일어나는것으로 뇌에 세팅하는건 불가능한거냐? 조금 더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