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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법

피터 홀린스 <나태한 완벽주의자> 당신이 자꾸만 시작을 미루는 이유

by 그웬
"Pobody's nerfect."

직역하면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완벽에 집착하지만 정작 철자를 틀리고 마는. 그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고 삶이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들은 이러한 불완전한 '인간미'를 견디지 못한다. 무언가를 완벽하게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으로 인해 자꾸 미루거나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다. ‘이왕 할 거면 완벽하게 해야지’라는 생각이 행동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 실패를 피하려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태함의 늪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완벽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자책한다. 조금의 틈과 작은 실수에도 마음이 요동치고 마는, 그 나약함을 견디지 못해 다시 혼자 완벽이라는 성벽을 쌓는다. 그렇게 쌓아 올린 성벽 안에서 잠시 안전함을 느낄 수 있지만 점점 더 세상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걸 알지 못한 채.


결국 ‘완벽함’은 그들에게 목표가 아니라 일종의 자기 방어의 장치가 된다.

실패할까 봐, 실망시킬까 봐, 무능해 보일까 봐.


하지만 정말 완벽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걸까? 완벽이라는 닿을 수 없는 환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태함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완벽주의는 피곤하지만

임포스터가 되고 싶진 않아

“사실 난 주인공이 아니야. 누군가 대본을 잘못 줬어. 조만간 사람들이 알게 될 거야.”

임포스터 신드롬(Impostor Syndrome), 일명 가면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이 상태는 겉으로는 성취를 이뤘고, 타인에게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음에도 '나는 사실 실력 없는 가짜고, 언젠가 들통날 거야'라는 불안과 자기 의심이 끊이지 않는 심리 상태로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나는 가짜일지도 몰라”라는 불안을 기본값으로 까는 임포스터 신드롬과 “그래서 들키지 않으려면 무조건 완벽해야 해”라는 방어 전략을 세우는 완벽주의. 이 둘은 서로를 숙주 삼아 자라나는 불안의 쌍둥이와도 같다.


그래서 성취해도 “운이 좋았네”라며 깎아내리고, 다음에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기준을 끝없이 높인다. 그 기준은 종잡을 수 없이 높아만 져가고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만족할 수 없게 된다. 그럴 때마다 임포스터 신드롬은 기다렸다는 듯 속삭인다.

“거봐, 내 말이 맞지? 네 실력은 역시 가짜였잖아.”



두려움이 만든

완벽이라는 실체 없는 감옥

이처럼 완벽주의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있다.

실패할까 봐, 평가받을까 봐, 남들과 비교당할까 봐.

그 두려움은 ‘나는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오래된 편견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보다 머릿속에서 이미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완벽한 나’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상상 속의 ‘완벽한 나’는 언제나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존재다. 결국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행동은 멈춰버리고, 남는 건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말뿐이다.


사실 그 말은 핑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패다. 완벽하지 않은 채 세상에 나서는 게 두려워,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미완의 가능성’으로 남으려는 무의식적 선택이기에.


말하자면 완벽주의자는 그냥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누구보다 두려움에 예민한 사람이다. 문제는 그 예민함이 사소한 오류에도 자기 자신을 무너뜨리고, 조금의 틈에도 ‘이 정도면 안 돼’라고 스스로를 몰아세운다는 것이다. 그 결과, 완벽을 향한 열정은 곧 자기혐오로 변하기 일쑤다. 하고 싶은 마음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없는 걸까?



완벽으로 향하는

작지만 강력한 사고법

“이 정도도 못 하면 안 돼.”
“이왕 할 거면 최고로 해야지.”
“이걸 하려면 자격이 있어야 해.”

겉보기엔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는 아주 성실한 사람의 다짐같다. 하지만 그 밑바닥엔 ‘내가 하는 건 특별해야 한다’는 오만과 ‘지금의 나는 그만큼 안 된다’는 편견이 숨어있다.


나태한 완벽주의자들은 항상 시작이 쉽지 않다. 시작하려면 더 완벽해져야 하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해지려면 일단 시작을 해야만 한다. 도무지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이 모순의 고리 속에서 딜레마는 계속된다.


완벽은 늘 결과가 아니라 과정 중에 태어나는 것인데, 정작 그 시작을 자꾸 할 수 없는 조건을 방패막이처럼 내세우며 스스로 가둬버린다.


나태한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완벽을 목표로 삼는 대신, ‘실행’을 목표로 삼는 것. 완벽보다 '완성’을 택하는 순간 삶은 180도로 달라진다.


실패는 인생의 오점이 아니다. 학습의 일부이며, 나를 조금 더 현실에 가까이 데려오는 과정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잘하는 것보다 ‘시도'자체에 방점을 둘 때 나태한 완벽주의는 비로소 '실행력'이라는 날개를 달고 성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이다.

'실패해도 괜찮아.'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새로 도전하며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거창한 계획을 당장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작게 쪼개고, 하루에 하나씩 끝내는 사소한 완성들은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무너질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고 완성을 위해 '계속 부딪히며 성장해 가는 나'일 테니까.


그렇다. 나태함과 두려움을 파멸의 시작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다.


Stop thinking! Just do!!!
(생각은 그만! 제발 좀 그냥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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