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행 3
아이들과 함께 서울에 있는 고도 339미터 정도 되는 인왕산을 오르기로 했다.
아침에 나는 과자와 간식을 아이들 가방에 챙기게 했다. 그리고 첫째(8)와 둘째(6)에게 말했다.
“이 간식은 오늘 하루 종일 먹을 간식이야. 잘 챙겨가자.”
오전에 대사관에서 여권을 발급받아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호텔을 나왔다.
대사관에 도착해서야 아이들이 간식 가방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어머, 오늘 집에 갈 때까지 아무런 간식도 못 먹겠네. 누구 선택이지?”
아이들은 스스로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물도 아이들 가방에 있었기 때문에, 산책을 위한 물을 편의점에서 사야 했다. 첫째가 “엄마, 나 간식 먹고 싶어.“라고 말했고, 나는 되물었다.
“그래, 그런데 간식을 먹을 수 있어?”
“아니.”
“왜?”
“내가 간식을 안 가져와서.”
“맞아. 오늘은 물만 살 거야.”
그렇게 물 두 병만 사고 편의점을 나왔다.
산을 오르는 동안 만난 어른들은 네 명의 아이들을 보고 신기해하며, 첫째와 둘째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정상까지 가는 길에 네 개 정도의 사탕을 받으며 신나게 등산을 할 수 있었다. 가파른 구간에서는 기어서 올라가야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때 아빠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렇게 높은 산은 퓨마처럼 올라가야 해. 아빠가 보여줄게.”
아빠는 멋지고 빠르게 산을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첫째와 둘째도 신이 나서 빠르게 기어 올랐고, 모험하는 느낌에 한껏 들떠 있었다.
이 산은 서울의 궁전 뒤편에 있는 산으로, 정상에서는 서울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예상보다 경사가 가팔라 1시간쯤 오르니 멋진 뷰가 펼쳐졌다. 하지만 간식도 없이 가파른 길을 한 시간이나 오른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정상은 눈으로도 보일 만큼 가까웠지만, 나는 가족들에게 “이제 내려가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둘째가 말했다.
“더 올라가고 싶어.”
“그래! 그러자!”
결국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에서 본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고, 우리는 멋진 사진을 많이 남겼다.
집에 돌아와서 남편은 아이들에게 퓨마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번 서울 여행에서 야경버스를 타고, 맛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박물관에도 갔지만, 가장 소중한 추억은 단연코 등산이었다. 자연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