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 탐방이 일상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아내와 안성에 있는 박두진 문학관에 다녀왔다. 요즘 문학관, 문학촌에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느끼고 나니, 당분간 시간이 나는 대로 한 번씩 들러볼 생각이다.
박두진은 시인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예지 [문장]에 [묘지송]과 [향현]이 실리면서 시인의 생애가 시작되었고, 그 후 역시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에 시를 발표한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라 불리면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문장]은 다른 문예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인 추천제]를 통해 여러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역할을 했다. 청록파라는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들은 주로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를 대거 발표하였다. 박두진은 다른 두 사람의 시인과는 다르게,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긴 운율의 미감과 시의 산문화 경향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박두진은 자연을 노래하는 시도 지었지만, 현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현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시집 [오도]를 통해 현실이나 역사를 향한 관심도 드러냈으며, 이런 관심은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 저항하는 모습이나 인류애, 휴머니즘과 같은 자신의 작가적 소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419 직후 대학에서 해직되었고, 한일 국교정상화 조치에 반대하는 서명 문인 1호였다고 한다. 이후에도 [사상계]나 [거미와 성좌] 등에서 부당한 역사 전개에 대한 정신적 저항 의식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문학관에 전시된 전시물 가운데에서 싯구 몇 개를 옮겨보겠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하늘 > 중에서
인간 밀림 모두의 위에
억수 비가 내려라.
인간 밀림 골짝마다
불이나 활활 붙어라.
아,
그렇지만 인간 밀림은
그래도 우리와 나의 사랑
모두가 모두 무성하며
한 하늘 아래
수런대는,
<인간 밀림> 중에서
바람에 쏠려가는 밤하늘 구름 사이
저렇게도 파릇한 별들의 뿌림이여
누워서 반듯이 바라보는
내 바로 가슴 내 바로 심장 바로 눈동자에 맞닿는
너무 맑고 초롱한 그중 하나 별이여
<별밭에 누워> 중에서
피도 흐르지 않는다
소리질러도 안 들리고,
끊어진 향수의 먼 바다.
하늘에서 쏟히는
쑤시는 햇살의 켜켜의 아픔.
머리도 꼬리도 잘리운 채
피도 흐르지 않는다.
<청어>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