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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May 08. 2023

박두진 문학관을 찾아서

문학관 탐방이 일상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아내와 안성에 있는 박두진 문학관에 다녀왔다. 요즘 문학관, 문학촌에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느끼고 나니, 당분간 시간이 나는 대로 한 번씩 들러볼 생각이다.

     

박두진은 시인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예지 [문장]에 [묘지송]과 [향현]이 실리면서 시인의 생애가 시작되었고, 그 후 역시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에 시를 발표한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라 불리면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문장]은 다른 문예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인 추천제]를 통해 여러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역할을 했다. 청록파라는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들은 주로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를 대거 발표하였다. 박두진은 다른 두 사람의 시인과는 다르게,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긴 운율의 미감과 시의 산문화 경향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박두진은 자연을 노래하는 시도 지었지만, 현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현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시집 [오도]를 통해 현실이나 역사를 향한 관심도 드러냈으며, 이런 관심은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 저항하는 모습이나 인류애, 휴머니즘과 같은 자신의 작가적 소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419 직후 대학에서 해직되었고, 한일 국교정상화 조치에 반대하는 서명 문인 1호였다고 한다. 이후에도 [사상계]나 [거미와 성좌] 등에서 부당한 역사 전개에 대한 정신적 저항 의식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문학관에 전시된 전시물 가운데에서 싯구 몇 개를 옮겨보겠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하늘 > 중에서



          

인간 밀림 모두의 위에

억수 비가 내려라.

인간 밀림 골짝마다

불이나 활활 붙어라.     


아,

그렇지만 인간 밀림은

그래도 우리와 나의 사랑    

 

모두가 모두 무성하며

한 하늘 아래

수런대는,     


<인간 밀림> 중에서     

     



바람에 쏠려가는 밤하늘 구름 사이

저렇게도 파릇한 별들의 뿌림이여

누워서 반듯이 바라보는

내 바로 가슴 내 바로 심장 바로 눈동자에 맞닿는

너무 맑고 초롱한 그중 하나 별이여     


<별밭에 누워> 중에서    

      



피도 흐르지 않는다

소리질러도 안 들리고,

끊어진 향수의 먼 바다.

하늘에서 쏟히는

쑤시는 햇살의 켜켜의 아픔.

머리도 꼬리도 잘리운 채

피도 흐르지 않는다.   

  

<청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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