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안방 욕실 세면대에서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신경을 거스른다
아내는 어떻게든 해보라는데
앞이 막힌 세면대 구조상
수전을 교체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이다
기껏 한다는 말이
“그래 봐야 일 년 내내 떨어져도
물값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는 되지도 않는 소리뿐
그래 놓고 아내에게는
세탁기를 자주 돌려서 물값이 많이 나왔다고
은근히 타박했다
말해 놓고도 왠지 찜찜한 마음에
앞이 막힌 세면대 아래로
손을 넣어 더듬어 보았더니 밸브가 잡힌다.
힘껏 돌려 밸브를 아예 잠갔다.
그나마 세면대가 두 개인 욕실이라 다행이다
다음 달 관리비 고지서에
물값이 지난달보다 적게 나오면
아내에게는 입이 두 개라도 할 말 없을 것이지만,
물값을 지켰다는
뿌듯한 자부심은 남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집안일에 쓸모는 있는 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