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서막

by 소수의견

새벽이 밝아왔다. 메나이 해협 건너편 브리타니아 본토의 로마 진영에서는 일상적인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병사들이 부카툼(건빵)을 씹으며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고, 트리부누스(군사관)들이 하루 일정을 점검하고 있었다.


갑자기 파수병이 외쳤다.


"기병이 온다! 아군이다!"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말들이 보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말들이 거품을 물고 있었고, 기병들의 모습이 엉망이었다.


세르기우스가 말에서 내렸다. 그의 갑옷은 진흙과 피로 더러워져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뒤따라온 몇 명의 기병들도 마찬가지로 지친 모습이었다.


레가투스(군단장) 플라비우스가 달려왔다. "세르기우스! 정찰대는 어디 있는가?"


세르기우스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기습을 받았다. 마르쿠스와 몇 명이 포로로 잡혔고, 나머지는 전사했다."

플라비우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뭐라고? 우리 정예 정찰대가?"


다른 장교들이 몰려들었다. 트리부누스 퀸투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야만인들이 감히! 로마 군인들을 습격했다고?"


세르기우스가 차분히 보고했다. "5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상대해본 어떤 적들과도 달랐다. 숲을 완벽히 이용한 야간 기습 전술이었다."


그는 내심 복잡했다. 하지만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히 적들이 비겁한 수법을 썼을 뿐이다.


플라비우스가 세르기우스를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자네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세르기우스의 눈이 차가워졌다. "나는 상황을 파악하고 즉시 본대에 알리기 위해 철수했다. 그것이 백인대장으로서 내린 판단이었다."


그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했다. 감정에 휩쓸려 무모하게 싸우다 죽는 것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진정한 군인의 자세였다.


"총독께 보고하자." 플라비우스가 말했다.


그들이 총독 천막으로 향했다. 수에토니우스 파울리누스 총독이 지도를 보고 있었다. 그는 중년의 남자로, 차가운 눈과 단단한 턱을 가진 직업 군인이었다.


"총독님," 플라비우스가 정중하게 말했다. "긴급 보고가 있습니다."


파울리누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말해보라."

"정찰대가 기습을 받았습니다. 마르쿠스 백인대장이 포로로 잡혔습니다."

파울리누스가 세르기우스를 바라보았다. "자세히 설명하라."

세르기우스가 앞으로 나와 간결하게 보고했다. 적의 수, 전술, 피해 상황을 정확히 전달했다. 파울리누스는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보고가 끝나자, 플라비우스가 분노를 터뜨렸다.

"총독님! 이 모독을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로마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퀸투스도 주먹을 쥐며 외쳤다. "저 야만인들을 모조리 쓸어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파울리누스는 여전히 침착했다. 그는 세르기우스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세르기우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세르기우스가 곧바로 대답했다. "적들은 생각보다 조직적이고 영리합니다. 하지만 결국 야만인일 뿐입니다. 충분한 병력과 올바른 전술로 접근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파울리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자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절망하거나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좋다." 파울리누스가 말했다. "이번 실패는 정보 부족 때문이었다. 이제 우리는 적을 안다."

플라비우스가 놀라며 물었다. "총독님, 세르기우스를 징계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파울리누스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징계? 왜? 그는 올바른 판단을 했다. 전체 병력을 잃는 것보다 일부를 희생하여 정보를 얻는 것이 낫다."


세르기우스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역시 파울리누스 총독은 달랐다. 이것이 바로 로마가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였다.


"세르기우스," 파울리누스가 말했다. "자네가 앞장서라. 이번에는 충분한 병력을 주겠다."

"감사합니다, 총독님." 세르기우스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파울리누스가 일어나서 지도를 펼쳤다.


"이번에는 레기오 XIV 게미나와 레기오 XX 발레리아 빅트릭스 전체를 동원한다. 그리고..."


그는 세르기우스를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아욱실리아도 대거 투입할 것이다. 갈리아족, 게르마니아족, 트라키아족 기병대들을 선봉에 세워라."

플라비우스가 눈을 번뜩였다. "이민족 보조군들을 앞세우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파울리누스가 냉정하게 말했다. "로마 시민의 피는 소중하다. 야만인들끼리 먼저 싸우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나? 갈리아 기병들과 게르마니아 전사들은 켈트족들과 비슷한 전술을 쓴다. 그들이 드루이드들의 숲 전술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세르기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파울리누스는 현명했다. 갈리아족 기병들은 켈트 혈통이면서도 로마에 충성하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파울리누스가 덧붙였다. "바타비아족과 툰그리족도 투입하겠다. 이들은 라인 강 유역 출신으로 물과 늪지 전투에 능하다. 모나 섬의 지형에 적합할 것이다."


퀸투스가 감탄했다. "훌륭하십니다! 로마 시민군은 안전하게 후방에서 지원하고, 야만인들끼리 먼저 피를 흘리게 하는군요."


세르기우스의 마음속에서 로마 시스템에 대한 경외감이 더욱 커졌다. 정복한 민족들을 군사력으로 활용하되, 최전선에서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제국 경영의 지혜였다.


"갈리아족들은 목을 베는 전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퀸투스가 끼어들었다. "적의 머리를 말 목에 매달고 다닌다더군요."


파울리누스가 차갑게 웃었다. "완벽하다. 드루이드들에게 그들 자신의 방식으로 공포를 안겨주는 것이지. 야만인은 야만인의 방법으로 다뤄야 한다."


"세르기우스, 자네가 아욱실리아 부대를 직접 지휘하라. 갈리아 기병 알라(기병대)와 게르마니아 코호르테스(보병대)를 이끌고 선봉에 서라."


세르기우스가 가슴이 뜨거워지며 고개를 숙였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총독님.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그의 마음속에서 충성심이 더욱 타올랐다. 파울리누스는 그의 능력을 인정해주었다. 로마는 단순히 강한 것이 아니라 영리했다.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철함. 그리고 정복한 민족들마저 자신들의 무기로 만드는 시스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문명의 힘이었다.


파울리누스가 마지막으로 명령했다.


"삼일 후 출발한다. 이번에는 모나 섬을 완전히 정복할 것이다!"


천막 밖에서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로마! 로마!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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