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학살

by 소수의견

새벽 안개가 메나이 해협의 물 위에 낮게 깔려 있었다. 물결이 잔잔히 일렁이며 모나 섬의 해안에 부딪쳤다. 갈매기들이 바위 위에 앉아 날개를 털고 있었고, 게들이 모래 사이를 기어다니며 먹이를 찾았다.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그러나 안개 너머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노 젓는 소리. 물을 가르는 소리. 그리고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갈레아 전함 세 척이 안개를 뚫고 나타났다. 길고 날렵한 배들의 뱃머리에는 독수리 조각상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붉은 돛에는 로마의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갑판에는 쇠로 무장한 병사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첫 번째 배가 모래 해변에 닿았다.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물속으로 뛰어내렸다. 찰박, 찰박 하는 발소리가 고요한 새벽을 깼다.


마르쿠스가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렸다. 그는 판갑을 입고 빨간 망토를 두른 백인대장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젊은 귀족다운 기품이 있었지만, 눈빛에는 어딘지 모를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던 세르기우스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마르쿠스보다 나이가 많았고, 얼굴에는 수많은 전투의 흉터가 새겨져 있었다. 한쪽 눈가에는 깊은 상처 자국이 있었고, 그의 눈빛은 차가웠다.


"드디어 이 저주받은 섬에 발을 디디는군. 자네도 알다시피, 마르쿠스, 이곳 야만인들은 특별히 다뤄야 한다."

세 번째 배에서 가이우스가 덩치 큰 몸을 이끌고 내렸다. 그는 세르기우스의 부관이었고, 거친 병사 출신답게 도끼를 들어 하늘에 치켜들었다.


"백인대장님! 언제까지 바다 구경만 할 겁니까? 얼른 상륙해서 이 더러운 드루이드 놈들을 쓸어버리죠!"


세르기우스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이우스 말이 맞다. 이번엔 드루이드들이 어떤 마법을 부리나 확인해 보자."


그들이 해안가 길을 따라 걸어가자, 물동이를 이고 가던 한 소년과 마주쳤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소년은 갑자기 나타난 쇠갑옷 병사들을 보고 놀라 멈춰 섰다.


세르기우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에게 다가갔다.


"어이, 꼬마야. 무서워하지 마라. 우리는 로마에서 온 좋은 사람들이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청동 동전을 꺼내 소년에게 건네며 다정하게 말했다.


"이 근처에 마을이 있느냐? 우리는 물을 좀 얻고 싶은데, 길을 안내해 주겠느냐?"


소년이 동전을 받으며 눈을 반짝였다. "네! 저희 마을이 바로 저기 있어요. 따라오세요!"


소년이 앞장서서 걸었다. 로마 병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세르기우스는 계속 소년과 장난을 치며 웃었지만, 그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스쳐갔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우물가에서 물을 길던 한 여인이 소년을 발견했다. 아이의 어머니였다.

"브리간!" 어머니가 반가운 목소리로 불렀다.


그 순간 그녀는 소년 뒤에 선 무장한 병사들을 보았다. 특히 세르기우스의 입가에 떠오른 비열한 미소를 보는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다.


"브리간! 어서 이리 와!"


물동이가 손에서 미끄러져 땅에 떨어졌다. 어머니가 아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세르기우스의 손짓이 떨어지자 가이우스가 천천히 필룸 투창을 들어올렸다. 마치 경기장에서 과녁을 노리는 선수처럼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평생 연마한 솜씨로 창을 내던졌다.


창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손을 뻗는 순간, 창끝이 그녀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녀는 그대로 땅에 박혔다. 창자루가 흔들렸다.


"어머니!"


소년이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어머니는 피를 흘리며 손을 뻗고 있었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소년과 어머니, 둘 다 돌처럼 굳어진 채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 사이로 로마 병사들이 물밀듯 마을로 쏟아져 들어갔다.


"공격!" 세르기우스가 외쳤다.


가이우스가 도끼를 집어들고 포효했다. "로마의 영광을 위해!"


병사들이 글라디우스 단검을 뽑아 들었다. 비명과 울음소리가 뒤섞였다. 아침의 평화는 산산이 부서졌다.


마르쿠스가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옆에 있던 젊은 병사 루키우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이건..."

"명령이다, 루키우스." 마르쿠스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학살이 한참 진행되자, 멀리서 지켜보던 세르기우스가 소리쳤다.


"이것이 전설의 마법사 드루이드들의 허명인가? 위대한 시저께서 이 야만의 땅에 문명을 가져다 주러 왔노라!"


그는 화살에 불을 붙여 활시위에 메겼다. 활을 당겨 하늘 높이 쏘아올렸다. 불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초가지붕에 꽂혔다.


마른 지푸라기가 순식간에 타올랐다. 동시에 여기 저기서 불화살이 날아들며 불길을 퍼뜨렸다. 집 하나, 둘, 셋... 어느새 마을 전체가 거대한 화염 덩어리가 되었다.


세르기우스가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며 두 팔을 하늘에 치켜들었다.


"나 세르기우스가 드루이드의 신에게 너희 백성을 산 제물로 바치노라!"


그 순간 마르쿠스가 투구를 벗어던지며 마을 밖으로 비틀거리며 나왔다. 그는 무릎을 꿇고 헐떡거리더니 구역질을 했다. 위장에서 올라오는 것은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것들이었다.

루키우스가 그의 곁에 다가왔다. 젊은 병사의 얼굴도 창백했다.


마르쿠스가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타오르는 마을에서 나는 연기가 바람에 날려 그들을 감쌌다. 그 연기 속에는 무고한 사람들의 마지막 숨결이 섞여 있었다.


멀리서 소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어머니 곁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울음소리는 마르쿠스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바람이 불어와 재를 날렸다. 그 재는 바다로, 숲으로, 모나 섬 깊숙한 곳까지 흩어져 갔다. 마치 경고의 신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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