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드루이드의 전설

by 소수의견

모닥불이 타오르며 어둠 속에 불꽃 그림자를 던졌다. 그림자들은 서로 얽히고 춤을 추며, 마치 정령들이 아이들 둘레에서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듯했다.


아이들은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무릎을 끌어안고, 어떤 아이는 불빛에 비친 손을 까닥거리며 장난을 쳤다. 그러나 모두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 고정돼 있었다. 드루이드 브란.


브란은 하얗게 센 머리를 단정히 묶고 회색 망토를 걸친 노인이었다. 그는 지팡이를 세워 무릎 옆에 두고, 모닥불에 비친 아이들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치 무대 위의 연기자처럼 팔을 벌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 들어라, 작은 새들아. 오늘 내가 들려줄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다. 우리 뼈와 피 속에 남아 있는 기억이자, 신들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유산이지."


아이들은 숨을 죽였다. 불길이 '훠' 하고 치솟으며 그의 말을 받쳐주는 듯했다. 브란은 잠시 눈을 감더니 낮고 힘 있는 목소리로 이어갔다.


"옛날, 저 건너 갈리아의 숲과 강에서 우리의 조상들이 살았다. 그곳에서 우리는 곰과 사슴을 친구 삼고, 강과 별자리로 길을 알았다. 그러나 바다 건너에서 쇠비늘을 두른 자들이 몰려왔지. 로마라 불린 자들이다. 그들의 발걸음은 땅을 울렸고, 그들의 깃발은 태양을 가리며 하늘에 섰다."


브란은 잠시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모닥불 곁을 빙글빙글 돌며 걸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로는, 로마의 장군 카이사르라는 자가 갈리아를 짓밟고 다녔다고 하더군. 그 자는 여러 해 동안 우리 땅을 헤집고 다니며 마을마다 불을 질렀지. 갈리아의 땅에서 우리 형제들이 무너졌을 때, 로마는 마을을 불태우고 아이들까지 사슬로 묶었다. 들판은 붉게 물들고, 하늘은 연기로 가려졌다."


그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마치 북소리처럼 울렸다. "쿵… 쿵… 쿵…"


아이들은 저마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듯 느꼈다.


"하지만 그때 신들은 길을 열어주셨다. 조상들은 통나무 배를 깎아내어 밤바다로 나갔다. 가죽을 씌운 배도 함께 띄웠지. 달빛과 별만이 길잡이였다. 뒤에서는 불타는 마을의 붉은 빛이 하늘을 물들였고, 파도는 그들의 울음을 삼켰다."


작은 소녀가 두 손을 모으고 속삭였다. "…무섭지 않았나요?"


브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웠지. 하지만 아이들이 울음을 멈춘 것은 어머니들이 속삭였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마라. 바다는 길이 되고, 숲은 우리를 맞아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닿은 곳이 바로 이곳, 모나 섬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 숲 너머 어둠을 가리켰다. "바다가 품어준 땅, 신들이 숨은 마지막 요새. 로마의 발굽이 아직 닿지 않은 성소."


작은 파도가 모래를 핥았다 놓더니, 또 한 번 다가왔다. 아이가 손을 들었다.

"브란, 로마 사람들은 왜 우리를 미워했나요?"


"미워했다기보다, 제 법으로 모두를 묶고 싶어 했단다.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꿰뚫고 지나간 뒤로 드루이드 모임을 금하고, 세금과 병역을 바짝 죄었단다. 그래서 많은 집안이 바다를 건넜지."


브란이 모래에 손가락으로 선을 그었다. 강길 하나, 바다길 하나, 그리고 섬 하나.


"우리가 배에 실은 게 칼뿐이었겠느냐? 더 귀한 걸 챙겼단다. 지식을. 씨 뿌릴 때와 거둘 때, 잎을 데울 때와 식힐 때, 다툼이 나면 누구 말부터 들을지. 그런 걸 어떻게 지키느냐고? 너희가 또 묻겠지."


"책에 쓰면 되잖아요?"


브란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린 외워서 전한다. 왜 그러느냐고? 첫째, 오래 외우면 머리가 근육처럼 단단해진단다. 둘째, 아무 손에나 떨어져 엉뚱한 데 쓰이지 않게 하려는 거지. 로마인들은 모든 것을 왁스 판이나 양피지에 새기지만, 의식의 뼈와 법의 살은 사람에게 붙어 있어야 하거든."


"로마는 모두 나빴던 건 아니죠?"


"그렇지. 길도 곧게 내고 돌다리도 튼튼하게 놓았지. 물길도 산을 뚫어서 끌어온다더군. 질서를 좋아했단다. 그런데 우린 씨족과 마을을 먼저 세운단다. 큰일은 회의로 정하고, 드루이드가 맞서지 말고 말로 풀자고 등을 떠민다. 서로 달라서 나쁜 게 아니라, 다름을 모르면 겁을 먹는 거지."


브란이 불끝을 지팡이로 살짝 건드리며 아이들을 가까이 끌어 모았다. 모닥불 빛이 둥글게 좁아졌다.


"이제 우리가 믿고 붙잡는 걸 말하마. 어려울 것 없단다. 숲과 불이면 족하다. 숲은 모여 배우고 약을 캐는 집이요, 큰 참나무 아래서 마음들을 맞추는 자리다. 불은 시작과 끝을 알리는 등불이지. 축제와 장례에서 길을 내주거든. 그래서 옛말에 이렇게 했지. '숲은 신의 집, 불은 영혼의 길'이라고."


브란이 손바닥만 한 나뭇조각에 말린 잎을 얹었다.

"우리 해의 고비는 네 번의 문턱으로 돌아간다. 이름과 쓰임을 새겨 두자꾸나.


임볼크: 늑대가 새끼를 낳고 양젖이 돌기 시작할 때다. 브리기드 여신께 새 불씨를 살린단다.

벨테인: 꽃이 만발하고 소들이 풀밭으로 나갈 때다. 가축을 불 사이로 지나가게 하여 병을 막지. 루그 신의 축복을 구하는 때다.

루그나사드: 첫 곡식을 거둘 때다. 빵을 나누는 손을 기억해라. 루그 신의 기예를 기리지.

사모인: 추수가 끝나고 어둠이 길어지는 밤이다. 조상들을 불빛으로 불러 앉히지.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얇아지는 밤이란다.


이 네 고비만 기억해도 너희는 해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작은 입으로 이름을 따라 했다. 임볼크, 벨테인, 루그나사드, 사모인. 말끝이 파도에 스치고 갔다.


"그리고 우리의 신들도 알아두어라. 타라니스는 천둥의 신이시고, 테우타테스는 부족을 지키는 신이시다. 루그는 태양과 기예의 신이시고, 브리기드는 불과 시와 대장간의 여신이시다. 케르눈노스는 뿔 달린 숲의 신이시고, 모리간은 전쟁과 운명의 여신이시다."


한 소녀가 떨리는 소리로 물었다.


"브란, 우리도 언젠가 싸우게 되거든요?"


브란이 잠시 불꽃을 보더니 고개를 조용히 저었다.


"노인은 싸움보다 자리를 먼저 생각한단다. 누가 아이를 모으고, 누가 약을 데우고, 누가 먼저 듣고 나중에 말할지 정해 두는 것, 그게 우리식 준비지. 그래도 바다는 변덕이 있지 않느냐. 로마의 돛이 이 섬 그림자에 걸릴 날이 올 수도 있겠지. 그때는 칼부터 찾지 말고, 서로의 손부터 찾자꾸나."


바람이 방향을 바꿨다. 연기가 낮게 엎드렸다. 브란이 마지막 장작을 밀어 넣으며 웃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내일은 숲으로 들어가 미슬토와 쑥을 찾아볼래? 미슬토는 참나무에 기생하는 성스러운 식물이고, 쑥은 나쁜 기운을 쫓는 약초란다. 칼은 집에 두고, 눈과 귀를 챙겨 오너라. 본 것을 그 자리에서 말로 남겨 보자꾸나."


아이들이 일어나며 속삭였다. 누군가는 배운 이름을 입안에서 굴렸고, 누군가는 모래 위에 작은 원을 그렸다. 멀리서 파도가 한 번, 또 한 번, 깊은 숨을 쉬었다. 브란은 지팡이로 불씨를 모아 돌로 덮었다. 남은 열이 손바닥에 고요히 전해졌다.


"잘 들었구나. 내일 다시 물을 테니, 오늘 밤 꿈에서 한 번 더 따라해 보아라."


아이들의 발소리가 모래를 밟으며 멀어져 갔다. 브란은 홀로 바닷가에 앉아 검은 물결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물결 위에서 부서지고 있었고, 바람이 그의 하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멀리 바다 건너에서는 로마의 군단들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었다. 총독이라는 자가 이끄는 그들의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 배들이 이 해안에 닿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밤은 아니었다. 오늘 밤은 여전히 평화로웠고, 아이들은 새로운 지식을 가슴에 품고 잠들 것이었다. 브란은 천천히 일어나 마을로 향했다. 그의 뒤에서 파도가 모래를 쓸어가며 모든 흔적을 지워나갔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기억만은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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